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 카이스트 발전재단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 카이스트 발전재단
카이스트 발전기금 적극 유치하고 관리 운영 목적으로 설립
김수현 상임이사 "과학기술 발전 바라는 수천 기부자에 막중 책임감"

‘2009년 세계대학평가' 공학·IT 분야 세계 21위. 2004년부터 연속 공학 IT분야 세계 50위권에 속한 국내 유일 대학. 2009년 종합 대학 평가 순위 세계 69위. 국내 대학평가 1위. 이런 화려한 기록이 말해주듯 카이스트는 국내에서는 필적할 만한 곳이 없는 최고의 과학기술 연구·교육 집단이다.


김수현 카이스트 발전재단 상임이사는 "많든 적든 정성껏 기부금을 내는 분은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는 분들"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카이스트가 세계 유수의 과학기슬 대학으로 꼽히고 국내 최고의 인재가 모인 과학기술 연구 교육기관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카이스트 발전재단(KAIST Develope Foundation 이하 발전재단)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발전재단은 카이스트 발전기금으로 쓰일 국내외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설립된 기구다.

카이스트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학이다. 2006년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이후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일부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차등해서 받곤 있지만 학비와 숙식비도 전원 국비로 지원된다. 인건비와 연구비 운영비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최고 두뇌를 키우는 기관이니 만큼 지원도 전폭적이다.

2000년 설립,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급속한 발전

그러나 이런 카이스트라고 해서 연구 교육 활동 전부를 국비로 충당할 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는 시대에 국가 주도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지않고 살아남으려면 학문과 시대 조류를 선점하고 새로운 분야에 발빠르게 도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발전재단 상임이사를 맡아 재단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수현 교수(기계공학과)는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예산 이외의 새로운 투자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적시적소에 재정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며 “카이스트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는 곳이 바로 발전재단”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재단의 기금은 미국 하바드 대학의 하바드펀드처럼 카이스트가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대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최초에 투입되는 시드머니 역할을 한다.

지난 2000년 한국과학기술원 발전기금이란 이름의 재단이 설립된 게 발전재단의 시초다. 하지만 당시는 사회에 기부 문화가 별로 활성화되지 않았고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인식도 지금보다는 덜했기 때문에 기금 마련이 지지부진했다. 발전재단은 2006년 서 총장 부임을 계기로 본질적 변화를 겪었다. ‘서남표식 혁신’으로 불리는 카이스트 개혁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서 총장의 리더십이 각광받으면서 카이스트에 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발전재단은 이를 계기로 2007년 6월 명칭을 ‘재단법인 카이스트 발전재단’으로 바꿨고 그해 12월에는 미국에도 재단을 설립했다.

해마다 1000건 이상씩 기부건수 늘고 액수도 급증

김 교수는 “학부형 동문 등이 먼저 재단에 관심을 갖더니 차츰 외부인도 기부에 동참하더라”며 “카이스트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이 늘고 그 사실이 언론 매체에 소개되면서 기부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기부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서 총장의 혁신 의지와 리더십에 감명 받았다고 말하는데 서 총장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라며 “발전재단에서 3년반 동안 일하면서 최고책임자의 활동과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발전재단에 기부 의사를 밝히거나 절차를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도 빠짐없이 온다고 한다. 카이스트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다.

기부건수도 2006년 이후 해마다 1000건 이상씩 늘어났다. 발전기금 시절이던 2005년 398건에 불과했던 기부 건수가 2006년 1003건, 2007년 2085건, 2008년 3065건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 말 현재 2328건으로 카이스트측은 올 연말까지 지난해 건수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부 약정 금액도 대푹 늘었다. 2005년 7억5000만원 선에서 머물렀던 기부 금액이 2006년 51억1000만원, 2007년 154억원, 2008년 649억8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 현재까지 국내외 기부자로부터 363억4000만원의 약정고를 기록했다.


뜻깊은 사연을 간직한 기부자도 많다. 미국 메디테그사 닐 파팔라도 회장은 외국인임에도 “카이스트는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이 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250만 달러를 선뜻 내놨다. 파팔라도 회장은 서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카이스트 총장 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서남표 총장의 개혁 의지와 리더십에 감명받았다"

재일동포인 배휘열 대주임산주식회사 회장은 “조국이 일본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카이스트가 노력해 달라”며 10억원을 기부했다.


한의학박사 1호인 82세의 류근철 박사는 “한국의 미래는 바로 카이스트에 있다. 이곳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고 과학자가 예우받는 사회가 되기 바란다”며 평생동안 모은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소장품을 기부했다. 류 박사 기부액은 개인 기부로는 국내 최고액이다. 카이스트는 세종시에 들어갈 제 2캠퍼스 이름을 ‘류근철 캠퍼스’로 짓기로 하고 여기에 바이오 메디컬 단지와 산학협력 단지, 컨퍼런스 센터, 전략정책대학원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또 류 박사의 뜻을 좇아 경북 영양에 카이스트 유공자 기념공원 및 묘지를 만들 계획이다.


서전농원 대표 김병호 회장은 300만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희사하면서 “카이스트가 세계 최고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은 “이 세상에서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로 국민을 먹여살릴 기술과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카이스트”라며 300억원을 쾌척했다. 정 회장은 올 3월부터 카이스트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재미사업가 박병준 뷰로베리타스 회장은 “서 총장의 카이스트 개혁 의지에 감동했다. 한국의 인재들이 세계무대에서 최고로 활동할 수 잇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써 달라”며 1000만달러를 내놨다. 이는 해외 사업가가 모국에 기부한 금액 중 최고액이다. 또 도널드 김 미국 엠코 회장도 “서 총장의 비전과 리더십에 공감한다”며 100만 달러를 흔쾌히 기부했다.


서 총장도 그동안의 강연료와 상금 등으로 받은 2억6000만원 전액을 발전기금으로 내놨고 동문인 임형규 삼성전자 사장은 “카이스트에서 큰 혜택을 받았다”며 2억원을 기부했다.

김 교수는 “발전재단에 기부하는 분들을 기부 액수로 따질 수 없다. 돈이든 현물이든, 금액이 많든 적든 한분 한분이 모두 카이스트 발전과 우리나라 과학기술 성장을 바라는 정성을 가진 고마운 분들”이라며 “이들의 성원에 어깨가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기부자 중에는 교수 교직원 및 동문 등도 있지만 카이스트와 아무 상관없는 분이 훨씬 많다. 동문도 학부형도 아니면서 아무 조건도 붙이지 않고 생활비의 거의 전액을 매월 보내주시는 분도 있다”며 “이런 분들이야 말로 발전재단의 슬로건인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을 실천하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행복한 기부, 아름다운 동행' 실천하는 기부자들

수천억원의 돈을 관리하는 발전재단 사무국에는 상임이사인 김 교수를 포함해 모두 14명이 근무한다. 이남구 사무국장은 24년 전 카이스트가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겨오면서부터 학교에 몸을 담은 카이스트 '산 증인'으로 재단 내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그는 2006년 서 총장 부임 직후부터 2년동안은 총장 비서실장을 맡아 미국에서 오래 산 탓에 한국 사정에 생소했던 서 총장의 한국사회 ‘소프트랜딩’을 돕기도 했다. 유지영, 이상대씨 등도 대언론 홍보 등을 맡아 발전재단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할 때는 허전해하던 분들이 막상 기부를 결정하고 나면 모두들 행복해 하시더라”며 “아끼던 것을 내놓은 기부자들이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출처 :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염동현 기자
원문 : http://www.newdaily.co.kr/html/article/2009/12/04/ART37236.html

2009년 12월 15일 화요일

행복

'기쁨'이란 우리가 혼용하는 즐거움, 쾌락과는 달리 인간이 높은 정신적인 상태에서 맛보는 행복을 뜻하는 말입니다. "인간은 보다 높은 능력의 단계에서 자기가 알고 소망하는 선(善)을 소유했을 때에 평온과 만족을 느끼며, 그런 기쁨의 상태를 행복이라고 부른다. 이행복에는 다소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상한 표현이 기쁨이며, 엄밀히 말하면 최고선(最高善)으로 알고 소망하는 하느님을 인간 이성으로 깨달을 때 그는 영적 기쁨 또는 영적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토마스 아퀴나스

생명의 말씀 중에

2009년 12월 12일 토요일

미대선에서의 펀드레이징

'머니게임'을 위한 부시, 케리의 선거자금 확보 천태만상


불과 2달 반을 남겨둔 미대선. 유례없이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사상 최대의 돈 잔치로 선거 캠페인을 펼쳐가고 있다.

미 언론들은 후보들과 당 그리고 527그룹들의 모금액을 합하면, 이미“10억 달러(우리 돈 환산 1조 2000억원)"가 넘는 돈이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뿌려졌다고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선 같은 시기까지 모금한 돈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1월부터 7월말까지 개인후원금 집계 결과만 부시는 약 2억 4200만 달러, 케리는 2억 3350만 달러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가 2억 4530만 달러,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1억 4500만달러를 모금하여 각당 전국위원회가 모은 돈만 3만 7850만 달러에 이른다.
이에 더해 독립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527그룹들도 상당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 이들의 모금 총액은 1억 5390만 달러로, 이중 親민주당 성향의 그룹이 1억 4490만 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당해 민주당 진영이 공화당 진영과 선거자금면에서 동등한 파워를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선을 치르면서 빈털터리가 됐던 케리와 민주당 진영의 이 같은 선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케리 진영은 反부시 정서와 새롭게 개정된 미 정치자금 관련법(맥케인-파인골드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양 진영간의 ‘머니 게임’을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자금모금원(fund-raiser)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각종 칭호들을 개발하고, 인터넷과 신용카드를 결합한 소액다수 후원 제도를 정착시키는 등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는 각 진영의 머리싸움도 치열하다.


fund-raiser(기금 모금자)들의 치열한 경쟁 속, 대가를 바라는 속셈있어


이번 미대선은 기업과 조합 등의 무제한·무기명 기부(Soft Money)를 금지시킨 맥케인-파인골드 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이다.

개인은 2000달러까지 정치활동위원회는 5000달러까지 후보를 지원할 수 있다는 명확한 상한선이 정해진 상황에서, 한명이라도 더 많은 기부자들을 조직해내는 후보자가 선거자금 조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개별 기부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하면서 기금조달자(fund-raiser)들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와 케리,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능력 있는 펀드레이저들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당과 관련된 각종 정치관련 행사와 파티에 초대되어 귀빈대접을 받는다. 지난 7월 말 보스턴 플리츠 센터에서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자지한 이들 역시 펀드레이저들이다.

양 진영은 자신을 위해 일하는 펀드레이저들을 좀 더 열심히 뛰게 하기 위하여 여러 장치를 고안해냈다.
케리 진영은 펀드레이저들에게 기사작위를 수여하듯 모금액에 따라 각기 다른 칭호를 주어 자금 모금을 독려한다. 10만 달러 이상을 모아온 펀드레이저는 패트리어트(patriot:애국자), 25만 달러 이상은 트러스티(trustee)라고 칭송하고 있다.

개인후원회와 모금파티 등의 전통적인 모금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부시에게 있어 펀드레이저의 비중은 더 크다.
부시대통령은 10만 달러 이상을 모아온 사람에게는 파이오니어(pioneer:개척자), 20만 달러 이상은 레인저(ranger:특공대), 30만 달러를 넘기면 슈퍼 레인저(super ranger)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백악관에서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WhiteHouseForSale.org라는 공화당지지 사이트는 역대 최고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부시 진영이 17일 현재 221명의 레인저와 323명의 파이오니어, 69명의 슈퍼레인저를 거느린 최강의 군단임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하는 후보들을 위해 몸바쳐 뛰는 펀드레이저들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공화당의 최고 펀드레이저들 중에는 상당수의 로비스트와 정유회사, 제약회사,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미국 민간 의료보험 조직), 투자회사, 컴퓨터 회사 등의 임원진들이 포진되어 있다.

미 언론들은 이들이 밤낮으로 자금모금을 위해 노력봉사하는 것은 차기 미대통령의 비위를 맞춰줌으로써 그들 회사에 호의적인 정책결정을 내리게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하며, 차기 미 대통령들은 그들의 돈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빈털터리 케리를 일으켜 세운 反부시 정서

케리 역시 부패의 사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수는 없지만, 뉴욕타임즈는 케리의 후원자들의 성격이 부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지적한다.

물론 지지기반인 소송변호사, 금융관계 전문직족에 종사하는 사람들, 로비스트 등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지만 케리의 자금모금력의 근본적인 파워는 ‘反부시 성향층’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잘 이용한 캠페인이 자금력면에서 케리가 부시측과 동등한 세력 균형을 이루게 된 열쇠라는 분석이다.

케리의 경우 첫째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도전자라는 점과, 둘째 항상 공화당보다 자금원에 있어 열악한 민주당 후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부시에게 한참 뒤쳐져 있었다. 실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치러질 당시 양당 후보간의 선거자금력의 격차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힘든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민주당 후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당내 선거전을 통해 이미 엄청난 돈을 썼고 3월말 후보가 확정되는 시점에서 케리 진영 및 민주당은 이미 선거자금이 바닥난 상태였다.
반면, 부시의 공화당은 작년 12월 연방대법원에서 연성자금(Soft Money)의 금지를 골자로 한 맥케인-파인골드 법이 합헌 판결이 나기까지 이미 1억 달러 이상을 모금해 두었고, 도전자가 없어 경선 없이 단독 추대되면서 실탄을 비축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민주당 후보는 자금력 면에서 공화당 후보와는 경쟁할 수 없다”는 속설이 미 정가에서 떠돌 정도로 선거자금 확보에서 민주당 후보는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 단순히 펀드레이저를 조직해 돈을 모아들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민주당 후보의 경우 부유층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공화당 후보에 비해 자금 모금에 있어 상대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3월 2일 케리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고 나면서 국면은 급격히 전환됐다.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이 터지고 反부시 세력이 결집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 언론을 통해 케리의 자금줄의 성향이 ‘이라크전에 반대하고 낙태권과 총기 규제에 찬성하며 부시 행정부를 경멸하는 교육수준 높은 진보인사’들이라고 분석되면서, 케리 선거자금 모금의 일등공신이 부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케리 의원이 지난 6월 한달간 모금한 액수만도 3770만 달러로 부시 대통령의 모금액 1320만 달러보다 3배 가량 많다.

反부시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지지기반으로 알려진 부유층의 마음까지도 흔들어놓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기업들과 부유층들이 세력을 결집하면서 민주당이 자금 모집에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기부자 리스트를 보면 ‘경제적 부를 축적할수록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전통적인 속설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90년대 경제적 붐을 타고 부자가 된 미국의 신흥부자들이 케리를 적극 밀기 시작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맞벌이 부모 밑에 자라나 유색 인종과 동성애자 친구들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부를 사회개혁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의사가 있는 계층이다.
이에 발맞추어 케리는 지난 4일 기업인 지지자 명단 200여명을 공개하는 등 대세론 확산과 기업친화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케리, 인터넷 모금 등 소액다수 기부금 모금을 위한 시스템 개발로 성공


그러나 케리가 온전히 反부시에 무임승차하여 선거자금 모금에 있어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거두어 들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케리가 개정된 선거법과 변화하고 있는 선거문화를 재빠르게 분석하여 효율적인 선거자금 모금 시스템을 정착한 덕이 크다.

케리 진영은 선거자금 모금에 있어 웹사이트의 파워를 알아채고, 민주당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하워드 딘의 인터넷 모금을 빠르게 벤치마킹하여 적용했다.
경선 시작 당시 오직 432명으로 출발한 딘의 웹사이트는 '한사람만 더(just one more person)' 끌어들일 것을 호소하고 카툰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흥밋거리를 제공하여 ‘딘 사이트에 가서 그것 좀 봐’라는 입소문이 퍼지도록 유도했다.

케리 진영은 인터넷과 신용카드를 결합한 소액기부 시스템을 정착시켜 개미군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케리는 한달에 1200만 달러 이상을 인터넷으로 모금하는 등 모두 6500만 달러를 인터넷 기부로 모았는데 이는 케리 의원이 모금한 총액의 1/3에 육박한다.
특히 기부금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 하에서는 ‘소수다액’기부 보다는 ‘다수소액’ 기부가 선거자금 확보에 더욱 유리하다. 한 달간 모금액만도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통해 모금한 총액보다 훨씬 많다.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한 反부시 '527'그룹, 케리 지원 사격


개정된 선거법인 맥케인-페인골드 법안은 후보들과 정당들이 조합, 노동단체,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받았던 무제한 무기명의 소프트머니(Soft Money) 금지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틈새를 이용한 선거자금 모금이 활개를 치고 있다.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영리단체들(NGO)이 그들이 모금한 막대한 자금을 이용하여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 NGO는 '527그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NGO 활동의 경우 기부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 미국 조세법 527조의 혜택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현행 선거법상으로 금지된 기업, 노동조합으로부터 지원되는 엄청난 무규제의 기부금(Soft Money)을 받을 수 있다.
이들 '527그룹'들이 7월말 현재 모금한 금액이 이미 1억 5390만 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527그룹'의 활동이 NGO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는 민주당과 케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억 5390만 달러의 모금 총액중 1억 4490만 달러가 親민주당 성향 단체에 의해 모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진영은 이들이 사실상 민주당 측의 선거자금 모금을 대행하여 反부시 혹은 케리 선전 광고에 돈을 쏟아붓는다고 제소했으나, 연방선거위원회(FEC)는 지난 2월18일 비영리 시민단체들의 소프트머니 사용을 허용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527그룹들은 무제한적으로 기금을 모금하여 이미 수십만 달러를 사용하여 각종 反부시 광고를 내보냈다. 케리를 측면 지원하는 527그룹은 '함께 가는 미국'(ATC: America Coming Together), '무브온 닷 오르그(Move On. Org)', '미디어 펀드' 등이 있다.
이들은 조지 소로스 등 反부시 성향의 큰손(fat-cat)들로부터 거액을 기부 받는 등 모두 1억 2,500만 달러의 지금을 모금하여 反부시 정치 광고 포화를 퍼붓고 있다.



한 달간 자금줄 묶인 케리, 부시의 8월 돈 공세 속에서 살아남을까?


그러나, 역사상 어느 민주당 후보보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바탕으로 공세를 펼쳐왔던 케리 진영도 위기에 직면에 있다.
개정된 미국 선거법에 의해 케리는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된 후 연방 예산에서 7,500만 달러를 지원받을 것을 서약했고, 이에 따라 공식 선거자금을 받은 케리는 개인적으로 더 이상 선거 자금을 모금할 수 없으며 이미 모금한 자금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비해 부시는 오는 8월 30-9월 2일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되기까지 맘껏 자금을 모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태까지 모아둔 자금을 총동원하여 홍보에 집중하고, 공적보조금 7500만 달러를 5주간 동안 아껴둘 수가 있다.

부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 효과와 연이은 케리의 전국 유세로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지지율 격차를 반전시킬 호기를 맞은 셈이다.
부시 진영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맞이하여 집중되고 있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부시 포지티브 광고와 케리 네거티브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들은 8월 한 달간 19개 격전 주에서 TV광고비용으로 모두 2천 8백만 달러 이상을 사용할 예정이다.

반면, 자금모금을 중단한 케리 의원은 공화당 전당대회 후 사용할 실탄 비축을 위해 8월 한 달 간 TV 광고를 자제하고, 궁여지책으로 접전주들을 순회방문하며 발로 뛰는 돈안드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케리 진영은 지금까지의 케리 개인 후원금을 모아왔던 fund-raiser들을 당으로 돌려 당 차원의 자금을 비축하면서, 527그룹 등 외곽 단체의 측면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선거법상 정당들은 그들이 모은 선거자금중 1600만 달러를 대통령 후보를 지원에 사용할 수가 있다. 그리고 기부한도내에서 선거법에 따라 모아진 하드머니(Hard Money)라면 후보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캠페인에 무제한적으로 쏟아부을 수가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8월 3주 동안 TV와 라디오 광고비용으로 2천만 달러를 배정하였고, ATC등 527단체들도 이들의 직접적인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9월 2일(선거 60일전)까지 막바지 피치를 올리며 反부시 메시지 전파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지원만으로는 부시 진영의 무차별적 돈 공세를 이겨내긴 힘든 것으로 보인다. CBS뉴스의 8월 15일-18일 설문조사 결과, 케리 후보의 지지율은 46%로 부시 대통령 지지율 45%와 거의 같은 수준을 보였다. 민주당 전당대회이후 평균 5%의 지지율 우위를 지켜온 케리 진영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다.
공화당 전당대회 전까지 절대적인 자금 열세와 불리한 선거구도 속에서 어떻게 지지율을 지켜낼지 주목된다.


[출처] 프리다블로그 / [미대선분석5] 10억달러짜리 사상 최대의 돈 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