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취소하고 싶습니다.” “다시는 기부를 안 하게 될 것 같네요.”
18일 오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온라인 게시판에는 기부를 취소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원망의 목소리는 물론, 심한 배신감에 욕설까지 내뱉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법정 전문모금기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와 부정사건이 나눔문화 확산에 동참하던 소액기부자들의 순수한 기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감사에서 드러난 비리와 부정사건은 ‘나눔으로 행복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공동모금회에서 벌어졌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식 이하의 수준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모금회의 한 사무처장은 몇년 전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모금액을 백수십여 차례에 걸쳐 유용했으며, 또 다른 팀장은 친인척 업체에 계약을 맡기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성금을 분실처리하기 위해 뻔뻔하게 장부를 조작하는 팀장도 있었다. 직원들의 비리는 기관차원에서도 철저히 관리되지도 못했고, 공동모금회는 해당 직원을 형사고발조치 없이 자체 징계 등 미봉책으로 덮으려 했다.
불과 며칠 전에 드러났던 대한적십자사의 아이티성금 유용사건과 함께 이번 사건은 과거 기업이나 재력가 중심에서 이뤄지던 기부의 흐름이 최근 소액 개인 기부자로 확산되던 상황에서 벌어져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하라고 기부한 순수한 기금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쓰였다는 사실은 기부자의 기부의욕을 상실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나눔의 상징이었던 ‘사랑의 열매’가 썩어가도록 수년 동안 방치했던 관계당국의 무책임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기부자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모금기관이 앞으로 소외계층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용권 사회부기자 freeus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 2010-10-18 11:54
출처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