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의 활발한 기부문화
△ 프랑스 파리 시민들의 휴식처로 유명한 센강변에 있는 앙드레 시트로앵 시민공원은 1992년 프랑스 재벌 앙드레 시트로앵의 기부로 만들어졌다.
유럽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영국이다. 중세시대 이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보여준 이 나라 귀족들의 솔선수범 자세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5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귀족학교 이튼스쿨. 이튼에 있는 사립중등학교인 이 학교는 웬만한 배경과 재력을 갖춘 집안의 자제가 아니고서는 입학할 수 없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학교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덤'으로 불린다. 바로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쟁에 나섰다 숨진 졸업생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대학인 옥스퍼드대학 교정에는 수㎞에 이르는 기념비가 있다. 졸업생들의 이름 등이 새겨진 이 기념비들의 행렬은 바로 세계대전 등에 참전했다가 숨진 이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기록을 담은 것이다. 영국의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제 전통은 오늘날에 `사회 기부와 봉사' 등 다양한 행태로 면면히 살아 있다.
지난해 12월11일 런던 트래펄가 광장. 이 광장 뒤편에 있는 국립미술관의 전시관인 `세인스베리관'은 영국에서는 드물게 보는 신축건물이었다. 기존의 고풍스런 전시관들과는 달리 현대식으로 지어져, 미술관 전체 구조와 분위기를 전혀 딴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 건물은 영국 재계 10위권의 제이 세인스베리 그룹을 소유하고 있는 세인스베리 가문이 `사회에서 번 돈은 사회를 위해 쓴다'는 전통에 따라 1991년 국가에 기증한 것으로, 영국 정부는 고마움의 뜻으로 건물에 가문의 이름을 붙였다.
미술관 홍보를 맡고 있는 로라 화이트(29)는 “미술관 운영에 세인스베리 가문은 관여할 수 없고, 새로운 기획전시를 할 때마다 첫날 입장할 수 있는 것말고는 이 가문에 주어지는 특권도 없다”고 설명했다.
세인스베리 가문은 1869년부터 기업을 세워 운영해왔으나, 1998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창업자인 존 제임스 세인스베리의 증손자 데이비드 세인스베리(61) 회장을 끝으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러나 제이 세인스베리 그룹은 지난 5년간 영국 각급 학교에 학습 기자재 구입을 위해 470여억원을 기부하는 등 세인스베리 가문이 직접 운영할 때의 경영방침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귀족을 중심으로 한 영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전통을 `명예혁명'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명예혁명으로 귀족가문의 명맥이 유지되면서 귀족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반대급부적 성격을 갖는 `의무'로 정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영국과 폭 35.4㎞밖에 안되는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프랑스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문화가 기업이나 성공한 개인의 덕목으로 강조된다는 점에서 영국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대혁명으로 전통적인 귀족계급이 몰락하면서 그 자리를 차지한 자본가계급이 활발하게 `사회환원' 차원의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이들 기업인의 이름을 붙인 공공시설들이 유난히 많다.
지난해 12월13일 찾아간 파리시 서쪽 센강변 16만㎡ 넓이의 시트로앵 시민공원. 많은 파리시민들의 휴식처로 유명한 이 공원은 바로 프랑스 재벌 앙드레 시트로앵의 기부로 만들어졌다. 92년 시트로앵 자동차사의 앙드레 시트로앵 회장이 공장을 옮기면서 그 자리에 공원을 세운 것이다.
파리시 소속 공원관리인은 “요즘은 추운 날씨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매일 수천명의 파리 시민과 관광객이 오기 때문에 10여명의 공원 안내원들까지 배치된다”고 말했다.
시트로앵에 뒤질세라 프랭탕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도 시민들을 위한 미술관과 공원을 만들기 위해 센강의 세갱섬에 있는 3만여㎡ 넓이의 르노자동차 공장터를 사들여 올해부터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10년 뒤 공원이 완성되면 이곳 역시 프랑수아 피노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된다. 파리시 관계자는 “프랑스에는 후원자나 기증자의 이름을 딴 작은 공원과 건물들이 거의 모든 마을마다 있을 만큼 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기업인의 그것과는 약간 다르다. 바로 청렴성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프랑스 경제재무장관은 우리로 치면 비리에 연루돼 중도 하차한 정치인이다. 그는 97년 프랑스 경제를 되살릴 인물로 기대를 모으며 장관직에 올랐지만 보험회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자, 99년 11월 “소신껏 일할 수 없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그 뒤 그는 재판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고급관료 양성학교인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학생 드로스 니콜라(25)는 “사회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고의 공공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스트로스칸은 국민들을 위해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자신의 위치에 맞는 책임감과 청렴성을 겸비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영국과 프랑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전통이 요즘 들어서는 이들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의 도전에 직면해 서서히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핵심인 이웃에 대한 배려와 봉사정신이 약화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올해부터 중·고등학교 교과과목에 `시민정신'을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프랑스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주위에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등 사회봉사의 덕목을 가르치고 있다. 시민정신의 회복만이 이런 전통을 살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파리/최상원 기자csw@hani.co.kr
런던 '귀족의 거리' 팔멜 10여개 클럽 자선활동 앞장
△ 영국 런던의 `펠멜' 거리. 깃발이 나부끼는 건물이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 클럽' 건물이다.
영국 런던에는 펠멜이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 트래펄가 광장과 세인트 제임스궁을 잇는 200여m의 거리다. 이 거리는 17세기 중반 당시 귀족들이 `펠멜'이라고 부르던 크리켓 경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거리는 `귀족의 거리'로 더 유명하다. 길 양쪽에 늘어선 건물마다 각종 클럽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 귀족들은 넓은 정원을 갖춘 클럽 건물 안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즐겨 왔다. 1872년 쥘 베른이 발표한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친구들과 80일 만의 세계일주 내기를 건 곳도 바로 펠멜에 있는 `혁신클럽'이다. 즉석에서 우리 돈 약 3600만원에 해당하는 내기를 걸고 세계일주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은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를 갖춘 귀족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에는 10여개의 클럽밖에 남지 않았지만 펠멜은 여전히 영국 귀족문화의 중심지 구실을 하고 있다. 또 이 주변에는 `영국 신사'의 품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고급 모자, 우산, 시가 등을 파는 상점들이 여전히 번창하고 있다.
펠멜의 귀족들이 클럽에서 하는 활동은 회원끼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회의를 하고, 책을 보거나 운동을 하는 것 등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영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구심점 노릇을 하면서 동시에 활발한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는 등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의 졸업생들로 구성된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 클럽'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서울 등 세계 36개국 141개 지부를 관리하고 있다. 이 클럽은 특히 본부 회원 수를 3000명으로 엄격히 제한하면서, 전세계에 퍼져 있는 동문들을 통해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클럽의 관리인 제임스 스튜어트(51)는 “모든 클럽의 회원이 갈수록 노령화해 과연 언제까지 펠멜이 클럽 문화의 중심지 구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펠멜은 영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구실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최상원 기자
정직과 책임 필수, 교육이 가장 중요
장 샤를르 땅레르(46) 프랑스 개혁교회 부총회장은 프랑스에서 종파를 넘어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에 대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맞을 것”이라며 “자기 스스로 권한보다 의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행동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랑스 사회 지도층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고 보나.
= 프랑스에서도 정·관계 인사들이나 기업인의 비리가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지만 그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프랑스의 지도층들을 신뢰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도층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방식은 나름대로 다르지만, 정직하고 강한 책임감의 틀 안에서 행동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거론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어 일부러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지도자를 가질 수 있는가.
=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이 분명하다면 우리가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지도 분명해질 것이다. 이러한 목표지향적인 교육 속에서 그 사회의 참된 지도자가 길러지는 것이다. 소외되고 약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봉사와 희생정신을 갖춘 지도자는 결국 가정과 학교의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밖에 없다. 또 내 스스로 지도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선거 등을 통해 올바른 지도자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역시 교육에 의해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
= 단정하기 어렵다. 정치나 경제, 학문, 종교 등 어느 한 부분만 나아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분야가 함께 나아져야 하는데 이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늘 어제보다 오늘이 나았다는 점이 역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은 있다고 확신한다. 파리/최상원 기자csw@hani.co.kr
작성일 20020107
출처 한겨레
2010년 1월 27일 수요일
2010년 1월 9일 토요일
‘어떻게’에서 ‘누가’로 … 치솟는 모금 전문가 몸값

‘펀드레이저’잡기에 나선 미 대학가
기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대학의 치열한 ‘기부자 찾기’ 경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동문에게 발전기금을 모으거나 CEO 출신 총장을 영입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미국 대학가는 어떨까. 사정은 우리와 비슷하다. 미국 대학은 오래 전부터 운영수입 중 상당 부분을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 2006~2007년 기부금 수입 상위권을 차지한 주립대 10곳 중 1위는 캘리포니아대(로스앤젤레스)로 금액은 364.8 밀리언달러(약 3천600억 원)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어떻게 기부금을 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시에 ‘어떤 모금 전문가(fund raiser)를 고용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주정부 지원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능한 모금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는 곳은 기부금 모금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 최근호는 훌륭한 모금 전문가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캘리포니아대 얼바인캠퍼스(UC Irvine) 사례를 소개했다.
기부금 유치 경쟁에 ‘적임자 찾기’ 경쟁도 후끈
크로니클에 따르면 토머스 미첼(Thomas J. Mitchell) UC 얼바인 부총장은 기부금 확대를 위한 두 가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하나는 학교 기부금을 10억 원까지 모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돈을 벌어올 수 있는 모금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이다.
얼바인은 최근 모금 전문가를 유치하기 위해 ‘경력 관리 프로그램(talent-management program)’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모금 전문가들의 실적과 경력을 관리하고 그들이 일을 통해 얻는 만족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미첼 부총장은 “모금 전문가들이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 학교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대학이 얼바인이 벌이고 있는 캠페인의 뒤를 잇고 있다. 크로니클은 “존스홉킨즈대는 얼바인과 비슷한 실험에 동참해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주식 투자자나 공인중개인을 모금 전문가로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부금을 모으는데 앞서 훌륭한 모금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기부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에 비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대학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의 경우 비슷한 지역에 대학이 밀집해 있어 기금모금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직원을 고용하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얼바인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얼바인은 현재 발전기금 모금 부서에 35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5명을 추가로 고용할 생각이다. 얼바인대는 “총장이 모금 전문가를 유치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학교 지원도 후한 편이다. 또한 모금 전문가들이 일하기에도 얼바인은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얼바인은 꼼꼼하고 세밀한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모금 전문가로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인성테스트가 필요한 이유다. “훌륭한 모금 전문가는 사교적인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크리스티 케이츠(Christy Cates) 기금모금부서장은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조직 친화적인 사람을 스카우트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얼바인은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파밀라 밀러(Pamela Miller)는 1년 전 포틀랜드 주립대에서 얼바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달에 7~8번 정도 다른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그는 그럴 때마다 “얼바인에서 전문적인 업무방식이 인정을 받고 있다”며 남아 있겠다는 뜻을 전한다. 그러나 얼바인에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더 나은 급여와 조건을 위해 학교를 옮긴다.
이러한 노력으로 얼바인 기부금 수입은 소규모 대학 사이에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기부금 수익이 2002년 3백56억 원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는 1천3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학교 전체 수입 중 9%를 차지하는데, 2002년 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모금 전문가 이직률은 한 해 평균 25%지만 2008년 현재 10%까지 내려갔다.
모금 전문가를 유치하기 위한 얼바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얼바인은 최근 모금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135명의 업적 평가 순위를 기록했다. 개인당 기금모금 성과는 물론 동료와의 관계, 상벌 기록 등이 평가 대상이다. 이들을 우수한 인재(high performers), 잠재력이 있는 인재(high potentials), 꾸준히 노력하는 인재(consistent performers)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둔다.
얼바인은 현재 모금 전문가 육성을 위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학교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비롯해 기부자에게 학교 발전 전략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기부자와 어떻게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인지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커리어맵을 통해 학교는 직원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직원들은 유능한 모금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점검한다.
우수한 인재 발굴을 위해
얼바인의 노력은 직원 개개인의 성과로 돌아온다. 재커리 스미스(Zachary Smith)는 18개월 전 네바다대(라스베가스)에서 얼바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직장을 옮긴 뒤 기부금 모금보다 다른 모금 전문가를 채용하는 일에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 그는 모금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정기세미나 혹은 컨퍼런스를 돌며 적임자를 물색했다. 그 결과 1년 전 UCLA 법과대학 발전기금 팀에서 일하던 직원 한 명을 ‘있는 지조차 몰랐던 학교’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UCLA는 발전기금 모금 순위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대학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학교 측에서도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면 거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사이 국내 대학에서도 기부금 모금 열풍이 불고 있다. 기부금 수입은 총장이 대학 운영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기부금을 모으는데 앞서 기부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한된 인력구조로는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학에 얼바인은 좋은 참고사례가 될 듯하다.
출처 : 교수신문
2008년 08월 25일 (월) 17:11:08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미국발 펀드레이저, 한국 연착륙 가능할까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발전기금 모금 부서에 모금 관련 전문 인력만 수십명씩 배치하면서 기부금 모금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모금 전문가(fund raiser)는 지난해 미국 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유망직종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이들에 대한 미국 대학들의 관심은 뜨겁다.
“모금 전문가 고용보다 자체 직원 전문화”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금 전문가들은 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수백억 원에 이르는 발전기금을 유치하기도 한다. 국내 대학의 사정은 어떨까. “발전기금 조성사업은 주로 대외협력처에서 담당하고, 직원들이 기획과 마케팅을 비롯한 기금 관련 업무를 기존 업무와 함께 담당하다보니 인력난이 심각하다.” 김남훈 한양대 대외협력처 팀장은 담당인력 확충과 전문화를 첫 손에 꼽았다. 모금 전문가 국내 도입에 대해 이무석 전국대학발전기금협의회 회장(영남대 발전협력팀)은 “대부분의 대학들은 모금 전문가에 대한 고용계획을 접고, 자체 직원을 전문화시키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한다. 국내 대학들의 현실적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느 독지가가 쾌척한 거액의 장학금 출연 소식 이면에 “역시 믿을 구석은 동문밖에 없다”는 말이 나돈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동문들에게 무작정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대학마다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면서 영향력 있는 학생들에게 기부금을 많은 부분 의존하는데, 동문들이 이리저리 적을 두니까 한 대학의 동문을 두고 여러 대학이 기부유치 쟁탈전을 벌일 때도 있다”고 김 팀장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동문을 대상으로 거액의 기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기부층을 다양화한 상품들이 봇물을 이룬다. 기부층을 확대하고 소액기부(1천원~1만원)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이버머니’나 ‘등록금 한 학기 더 내기 운동’ 등은 예상 밖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문 네트워크 관리에 초점
한양대의 경우 단과대학별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공대는 경제인 동문을 중심으로 실험실이나 연구장비 지원사업을, 법대는 고시원 확장사업을 컨셉트로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한양대는 또 전체 동문을 대상으로 매달 ‘한양미래전략포럼’이라는 조찬모임을 열고 모금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발전기금 유치에 들어간 대학들은 기존에 투자와 기부금 유치 업무를 담당하던 대외협력 부총장제를 신설하고, 대외협력처의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등 기금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다. 대학마다 발전기금 사업을 브랜드화해 친근감을 유도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의례히 발전기금 코너를 ‘목이 좋은’ 자리에 노출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기부금에 관한 △약정 △종류 △사용처 △예우(혜택) △신규사업안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
대외협력처 직원들 사이에서는 발전기금을 흔히 ‘기부상품’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대학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다. 대학들은 기부상품의 고객(?)을 △기업체 △동문 △기타(개인)로 구분해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서울대도 기업체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계약학과’를 도입했고, 성균관대와 한양대 등은 산학협력이 기부로 이어질 수 있게끔 협력업체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기부자가 사망한 뒤 보험금 기부를 위해 ‘기부보험’이나 ‘기부펀드’ 등 다채로운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발전기금 조성사업은 주로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액 기부’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체의 고액 기부도 수도권 일부 대학에 편중돼 있어 대부분 대학들은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발전기금 모금 방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달 31일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담긴, 대학기부금 세액공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출처 : 교수신문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2008년 08월 25일 (월) 17:12:43
“모금 전문가 고용보다 자체 직원 전문화”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금 전문가들은 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수백억 원에 이르는 발전기금을 유치하기도 한다. 국내 대학의 사정은 어떨까. “발전기금 조성사업은 주로 대외협력처에서 담당하고, 직원들이 기획과 마케팅을 비롯한 기금 관련 업무를 기존 업무와 함께 담당하다보니 인력난이 심각하다.” 김남훈 한양대 대외협력처 팀장은 담당인력 확충과 전문화를 첫 손에 꼽았다. 모금 전문가 국내 도입에 대해 이무석 전국대학발전기금협의회 회장(영남대 발전협력팀)은 “대부분의 대학들은 모금 전문가에 대한 고용계획을 접고, 자체 직원을 전문화시키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한다. 국내 대학들의 현실적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느 독지가가 쾌척한 거액의 장학금 출연 소식 이면에 “역시 믿을 구석은 동문밖에 없다”는 말이 나돈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동문들에게 무작정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대학마다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면서 영향력 있는 학생들에게 기부금을 많은 부분 의존하는데, 동문들이 이리저리 적을 두니까 한 대학의 동문을 두고 여러 대학이 기부유치 쟁탈전을 벌일 때도 있다”고 김 팀장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동문을 대상으로 거액의 기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기부층을 다양화한 상품들이 봇물을 이룬다. 기부층을 확대하고 소액기부(1천원~1만원)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이버머니’나 ‘등록금 한 학기 더 내기 운동’ 등은 예상 밖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문 네트워크 관리에 초점
한양대의 경우 단과대학별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공대는 경제인 동문을 중심으로 실험실이나 연구장비 지원사업을, 법대는 고시원 확장사업을 컨셉트로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한양대는 또 전체 동문을 대상으로 매달 ‘한양미래전략포럼’이라는 조찬모임을 열고 모금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발전기금 유치에 들어간 대학들은 기존에 투자와 기부금 유치 업무를 담당하던 대외협력 부총장제를 신설하고, 대외협력처의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등 기금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다. 대학마다 발전기금 사업을 브랜드화해 친근감을 유도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의례히 발전기금 코너를 ‘목이 좋은’ 자리에 노출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기부금에 관한 △약정 △종류 △사용처 △예우(혜택) △신규사업안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
대외협력처 직원들 사이에서는 발전기금을 흔히 ‘기부상품’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대학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다. 대학들은 기부상품의 고객(?)을 △기업체 △동문 △기타(개인)로 구분해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서울대도 기업체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계약학과’를 도입했고, 성균관대와 한양대 등은 산학협력이 기부로 이어질 수 있게끔 협력업체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기부자가 사망한 뒤 보험금 기부를 위해 ‘기부보험’이나 ‘기부펀드’ 등 다채로운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발전기금 조성사업은 주로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액 기부’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체의 고액 기부도 수도권 일부 대학에 편중돼 있어 대부분 대학들은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발전기금 모금 방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달 31일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담긴, 대학기부금 세액공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출처 : 교수신문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2008년 08월 25일 (월) 17: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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