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9일 토요일

‘어떻게’에서 ‘누가’로 … 치솟는 모금 전문가 몸값


‘펀드레이저’잡기에 나선 미 대학가

기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대학의 치열한 ‘기부자 찾기’ 경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동문에게 발전기금을 모으거나 CEO 출신 총장을 영입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미국 대학가는 어떨까. 사정은 우리와 비슷하다. 미국 대학은 오래 전부터 운영수입 중 상당 부분을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 2006~2007년 기부금 수입 상위권을 차지한 주립대 10곳 중 1위는 캘리포니아대(로스앤젤레스)로 금액은 364.8 밀리언달러(약 3천600억 원)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어떻게 기부금을 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시에 ‘어떤 모금 전문가(fund raiser)를 고용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주정부 지원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능한 모금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는 곳은 기부금 모금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 최근호는 훌륭한 모금 전문가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캘리포니아대 얼바인캠퍼스(UC Irvine) 사례를 소개했다.

기부금 유치 경쟁에 ‘적임자 찾기’ 경쟁도 후끈


크로니클에 따르면 토머스 미첼(Thomas J. Mitchell) UC 얼바인 부총장은 기부금 확대를 위한 두 가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하나는 학교 기부금을 10억 원까지 모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돈을 벌어올 수 있는 모금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이다.


얼바인은 최근 모금 전문가를 유치하기 위해 ‘경력 관리 프로그램(talent-management program)’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모금 전문가들의 실적과 경력을 관리하고 그들이 일을 통해 얻는 만족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미첼 부총장은 “모금 전문가들이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 학교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대학이 얼바인이 벌이고 있는 캠페인의 뒤를 잇고 있다. 크로니클은 “존스홉킨즈대는 얼바인과 비슷한 실험에 동참해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주식 투자자나 공인중개인을 모금 전문가로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부금을 모으는데 앞서 훌륭한 모금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기부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에 비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대학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의 경우 비슷한 지역에 대학이 밀집해 있어 기금모금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직원을 고용하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얼바인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얼바인은 현재 발전기금 모금 부서에 35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5명을 추가로 고용할 생각이다. 얼바인대는 “총장이 모금 전문가를 유치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학교 지원도 후한 편이다. 또한 모금 전문가들이 일하기에도 얼바인은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얼바인은 꼼꼼하고 세밀한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모금 전문가로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인성테스트가 필요한 이유다. “훌륭한 모금 전문가는 사교적인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크리스티 케이츠(Christy Cates) 기금모금부서장은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조직 친화적인 사람을 스카우트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얼바인은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파밀라 밀러(Pamela Miller)는 1년 전 포틀랜드 주립대에서 얼바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달에 7~8번 정도 다른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그는 그럴 때마다 “얼바인에서 전문적인 업무방식이 인정을 받고 있다”며 남아 있겠다는 뜻을 전한다. 그러나 얼바인에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더 나은 급여와 조건을 위해 학교를 옮긴다.


이러한 노력으로 얼바인 기부금 수입은 소규모 대학 사이에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기부금 수익이 2002년 3백56억 원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는 1천3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학교 전체 수입 중 9%를 차지하는데, 2002년 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모금 전문가 이직률은 한 해 평균 25%지만 2008년 현재 10%까지 내려갔다.


모금 전문가를 유치하기 위한 얼바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얼바인은 최근 모금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135명의 업적 평가 순위를 기록했다. 개인당 기금모금 성과는 물론 동료와의 관계, 상벌 기록 등이 평가 대상이다. 이들을 우수한 인재(high performers), 잠재력이 있는 인재(high potentials), 꾸준히 노력하는 인재(consistent performers)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둔다.


얼바인은 현재 모금 전문가 육성을 위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학교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비롯해 기부자에게 학교 발전 전략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기부자와 어떻게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인지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커리어맵을 통해 학교는 직원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직원들은 유능한 모금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점검한다.

우수한 인재 발굴을 위해


얼바인의 노력은 직원 개개인의 성과로 돌아온다. 재커리 스미스(Zachary Smith)는 18개월 전 네바다대(라스베가스)에서 얼바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직장을 옮긴 뒤 기부금 모금보다 다른 모금 전문가를 채용하는 일에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 그는 모금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정기세미나 혹은 컨퍼런스를 돌며 적임자를 물색했다. 그 결과 1년 전 UCLA 법과대학 발전기금 팀에서 일하던 직원 한 명을 ‘있는 지조차 몰랐던 학교’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UCLA는 발전기금 모금 순위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대학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학교 측에서도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면 거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사이 국내 대학에서도 기부금 모금 열풍이 불고 있다. 기부금 수입은 총장이 대학 운영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기부금을 모으는데 앞서 기부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한된 인력구조로는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학에 얼바인은 좋은 참고사례가 될 듯하다.

출처 : 교수신문
2008년 08월 25일 (월) 17:11:08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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