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5일 토요일

버핏처럼 `통 큰` 기부 한국서 힘든 이유

주식 = 지분 5% 초과분 증여세 내야
재능 = "현금화 어렵다" 세제혜택 無

◆ 나눔 바이러스가 퍼진다 ③ 너도 나도 동참 대열에 ◆


전 세계에서 기부문화에 앞장서고 있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그는 지난 7월 자신이 보유 중인 버크셔해서웨이 B주 2454만주를 자선단체 5곳에 기증했다. 7월 1일 종가(78.81달러)로만 따져도 19억3000만달러(2조2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버핏 회장이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발표한 `기부 서약` 일환이었다. 버핏 회장은 앞으로도 매년 자신이 보유한 버크셔해서웨이 주식 4%를 기부할 계획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버핏 회장과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기 힘들다. 당장 제도 등에 가로막혀 지분 등을 기부하는 데 현실적인 장벽이 많기 때문이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지분 5% 이상을 기부할 때는 5% 초과분에 대해서는 증여세(10~50%)를 내야 한다. 나눔, 기부 등을 실천하려고 해도 지분이 5%를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증여와 다를 것이 없는 셈이다.

지분을 일정 기간 보유한 뒤에 주식을 팔 때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고스란히 다 내야 한다. 주식을 기부할 때는 기부 시점 주가를 기부금액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주식으로 기부하려는 분이 있다면 팔아서 현금으로 달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한 기업 CEO께서 주식으로 기부하는 대신 오랫동안 보유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며 "기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동산을 기부받을 때도 `좋기는 하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 기부 관련 제도들은 모두 `현금 기부`에 맞춰져 있다. 이렇다 보니 현금이 아닌 다른 것을 기부할 때는 불편함이 생겨나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물품, 재능 등으로 기부ㆍ나눔 문화가 확산ㆍ진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제도 등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등에서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나눔에 대한 기본원칙을 `현금 기부`로 한정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가령 돈을 기부하면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당장 현금으로 가치를 따지기 힘든 재능 기부 등은 아무런 혜택이 없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문화를 뿌리 내리기 위해선 기부가 저절로 확산되길 기다리기보다는 세액공제 등 제도적 지원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한 사회단체 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 등도 시급한 과제다. 국제기부문화심포지엄 `기빙코리아 2008`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기부를 회피하는 이유로 응답자 중 14.5%가 기부 대상이 되는 단체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불신이 커지는 것은 자금 사용처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공익재단 자금 집행 등에 대한 공개는 국세청을 통한 공시가 전부다.

그래서 공익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단체가 저지른 잘못이 사회 전반에 걸쳐 기부문화 확산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강제적인 투명성 제고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다.

[정욱 기자] 기사입력 2010.09.17 15:11:46 | 최종수정 2010.09.17 17: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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