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출범한 건국대 발전기금본부의 ‘구심점’
“기부자에 대한 관점 바꿔야 모금활성화 가능”
“기부자는 단순히 거액의 돈을 내고 사라지는 김밥할머니가 아닙니다. 기부자가 대학발전에 함께 참여하고 대학의 역사와 함께 갈 때 기부문화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기부자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대학 전체를 모금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 11일 건국대가 건국대학교발전기금본부(SKARF: SMART KU ACCELERATING RESOURCES FOUNDATION)를 정식 출범했다. 발전기금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통합본부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에서 모금전문가로 활동하던 펀드레이저 황신애씨(39)를 발전기금본부 모금기획부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황 부장은 국내 1호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모금전문가)다. 모금전문가라는 명칭이 생소하던 1996년부터 모교인 한국외대에서 7년간 발전기금 모금활동을 해 왔다. 이후 서울대에서 3년간의 모금캠페인을 성공리에 마무리 짓고 건국대와 새 인연을 맺었다.
“처음 모금활동은 모교인 한국외대에서 시작했어요. 교직원으로 입사했는데, 여자 동문 중에선 처음이었죠. 유일한 여자 동문이란 이유로 동문회를 활성화시키는 일을 하게됐어요. 그 당시 발전기금 모금이 이슈화 됐어요. 그렇게 3~4년 모금활동을 하고, 기부자들도 알게 되면서 전문적인 펀드레이저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기부문화가 활성화 돼 있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펀드레이저가 보편화된 직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특히 국내대학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는 여전히 생소하다.
“모금을 하는 사람을 모두 ‘펀드레이저’라고 해요. 미국에는 거리모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벤트를 통해 모금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금을 위한 기획을 내고, 실제 모금으로 성사시키고 집행하는 일까지가 모두 펀드레이저의 역할이에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전기금이 대학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얼마나 모금을 잘 하느냐는 뜨거운 관심사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담당하는 전문가는 없는 실정입니다.”
보통 국내대학에서의 모금활동은 모금부서에 배치된 교직원이 담당한다. 이마저도 2~3년마다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발전기금을 체계적으로 모금하고 관리할 실무자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 사이 사회단체 등의 모금활동은 점차 활성화 되는데 대학의 모금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0 대학교육 현황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사립대 발전기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지방대와 수도권대, 소액기부와 거액기부를 막론하고 발전기금 모금은 “어렵다”는 데 대학 담당자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유일한 모금전문가 황 부장이 보는 대학 발전기금 모금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대학들이 가장 못하는 점 중 하나가 기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기부자들은 자신이 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관점은 다르죠. 대학은 일단 기부자가 기부금을 내면 그 기부금을 자유롭게 활용하길 바랍니다. 그렇게 기부 이후의 ‘피드백’이 없다보니 기부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액기부금 모금을 위해선 대학이 ‘기부자=투자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황 부장은 설명했다.
“거액기부는 투자와 같습니다. 투자회사들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투자 상품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떤 이익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합니다. 대학도 기부자가 낸 돈이 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부자를 유치했다면 그 다음은 대학과 기부자가 대학의 발전에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큰 돈을 기부하는 기부자일수록 금전관이 뚜렷합니다. 자신이 어렵게 번 돈이 귀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자식들에게도 물려주지 않고, 대학에 기부를 하는 것이죠. 대학은 이런 기부자들을 위해 함께 대학의 발전방향을 논하고, 기부자가 대학의 역사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선뜻 기부하는 ‘김밥할머니’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황 부장은 그간 쌓아놓은 기부금 모금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 첫번째는 대학을 투자하고 싶은 ‘집’으로 만들라는 것.
“잘 되는 집안에 투자하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죠. 기부자에게 학교발전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홍보와 아울러 실질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외부와의 쌍방향적 소통입니다. 간담회, 세미나 등을 열어 학교현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대학과 기부자가 일체감을 갖게 해야 합니다. 또 언제든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이 외부에 많은 채널을 열어놔야 합니다. 언제 어느 부서에 전화하더라도 기부할 수 있도록 대학 조직 전체가 모금친화적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가 이토록 대학 기부금 모금과 연구에 열성인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기부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모금전문가는 더 많은 기부금을 모금하고,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또 다른 학생을 위한 기부자가 되는 것. 쉴 틈 없이 대학가에서 모금활동을 벌여온 이유이자 목표다.
“대학 재정구조가 열악하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지 못합니다. 이를 충당하는 게 기부금이에요. 기부금 모금이 활성화돼야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혜택을 주고, 등록금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는데, 아직까지 대학에는 모금활동을 전문적으로하는 사람이 없어요. 제 뒤를 이을 제2호, 제3호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를 길러내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 홍여진 기자 (dike@unn.net) | 입력 : 2011-04-14 오후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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