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8일 월요일

20세기 최대의 책 도둑이다

스티븐 블룸버그(1948~)는 20세기 최대의 책 도둑이다. 그는 1980년대 내내 북아메리카 전역의 268개 도서관을 훑으며 모두 2만3600여 권의 책을 훔쳤다. 그가 거쳐 간 도서관은 하버드 대학, UCLA, 듀크 대학, 미네소타 대학, 뉴멕시코 대학, 코네티컷 주립도서관, 워싱턴 주립대학, 미시간 대학, 위스콘신 대학 등이었다. 훔친 책의 무게는 무려 19t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미네소타 대학 도서관에서 그 대학 교수의 신분증을 훔친 다음 전문 연구자를 사칭해 다른 도서관들을 자유롭게 이용했다. 품이 넉넉한 옷을 입고 도서관에 들어가 옷 안쪽에 붙인 큼직한 주머니에 책을 숨겨 나오는 수법을 썼다. 일단 책을 고르면 대출카드 봉투를 떼고, 장정 안쪽에 있는 도서관 스티커도 떼어냈다. 책 속에 경보장치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도서관 인장 표시를 지우기 위해 책 모서리를 사포로 문질렀다. 빼돌린 책은 엘리베이터에 싣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트럭으로 실어 날랐다.

아무 책이나 마구잡이로 훔친 것이 아니다. 특정 주제들을 정해놓고, 그 주제와 관련된 ‘모든 책’을 완벽하게 수집했다. ‘블룸버그 컬렉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한 자료 컬렉션을 만든 것이다. 그는 1990년 3월 20일 동업자의 고발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훔친 책은 시가로 무려 2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책을 훔친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체포된 뒤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의료시설에 감금당했을 때 같은 시설에 갇혀 있던 마피아 두목이 물었다. “솜씨도 좋은 녀석이 왜 보석도 아니고 겨우 책 따위를 훔쳤나?” 블룸버그는 대답했다. “팔아먹기 위해 책을 훔친 게 결코 아닙니다. 오직 책을 갖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저히 다스릴 수 없고 채워지지도 않는 욕망 하나’를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다름 아닌 ‘책을 향한 욕망’이었다. 책 도둑은 물론 범죄행위다. 하지만 책을 향한 ‘열망’ 그 자체는 역사 창조의 원동력임을 잊지 말자. 세계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최초의 근대인’ 페트라르카(1304~1374)에게 책을 향한 욕망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리스 고전 필사본을 찾아내기 위해 유럽 각지의 수도원 도서관을 샅샅이 찾아다니던 열정이 없었다면 르네상스 휴머니즘은 결코 태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활짝 피어 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가는 활자문화를 생각하면서, 우리에겐 책을 향한 열정과 욕망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궁금해진다.

글 :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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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미테랑도서관의 이용자 도서이용 및 출입제한장치는 나에게 놀라운 시스템이였는데 그럼에도 한해에 분실되는 책들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을때는 그 철통보안속에 어떻게 분실이 가능할까 의심했는데 이 기사를 읽고보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을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20세기 최고의 책도둑 블룸버그는 특정주제를 정해 놓고 훔쳤다는데 관심분야의 훔친책을 읽기는 다 읽었을까? 아님 단순 책에 대한 자기소유욕을 채우려 했던거 뿐일까?
기존의 소장처로 다 돌려지지 않았다면 이 많은 책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정말 블룸버그 컬렉션으로 어느 한 도서관에 기부아닌 기부가 되어 우리 앞에 선보이는거 아닌가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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