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8일 월요일

지식에 목마른 아프리카.. 도서관 지어주는 사람들


입력 : 2012.05.26 03:15 | 수정 : 2012.05.26 18:59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아프리카인들, 학교·도서관 지어주면 문화 강요하는 걸로 여겨 처음엔 민감… 
5년 지나니 "우리 나라에도 좀…"

아프리카 가나(Ghana)의 한 고위공무원에 따르면 아프리카인들은 식민지배를 혹독한 착취나 노예무역보다 학교와 교회로 기억한다고 했다. 유럽인들이 학교와 교회를 통해 서구문화를 강요하고 자신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려 했다는 것.
 프람프람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작은 도서관’에 앉았다. 어린아이답게 영문 한국 전래동화를 꺼내들곤 이내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 김충령 기자
반면 최근 경제협력을 하러 아프리카를 찾는 중국인들은 종교시설은 물론 학교를 세우는 일도 찾아보기 어렵다. 독재국가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무상으로 정부 건물을 지어줘 독재자의 환심을 산다. 우리도 아프리카와 경제협력을 위해 중국과 같은 방법을 취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스텝(ST-EP)재단(이사장 도영심)의 생각은 다르다. 스텝재단은 국제기구 소속이지만 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국내 기업의 지원금으로 아프리카 등 극빈국의 빈곤퇴치를 위한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스텝재단은 아프리카인들이 '민감'해 하는 도서관 건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Accra) 근교 프람프람(Prampram) 초등학교에선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Thank You Small Library)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학교 교사들과 관계 공무원의 표정에서 우려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도서관은 스텝재단이 지은 123번째 도서관이다. 스텝재단은 지난 2007년 아프리카 각국 학교에 도서관을 지어주는 '작은 도서관'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가나를 비롯해 나미비아·에티오피아·탄자니아·세네갈·남아공 등 16개국에 도서관을 조성했다. 스텝재단이 5년째 순수한 문맹퇴치 운동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도서관 건립 활동을 벌이자, 처음엔 의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던 아프리카인들도 재단 측에 다음 도서관을 자국에 건립해 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다.

이날 스텝재단은 프람프람 초등학교를 포함, 아크라 근교에 5개의 도서관을 추가로 건립했다. 우리의 초등학교 교실 크기만 한 도서관에 아프리카 도서 3000여권, 영문 한국 전래동화집 30권과 책장·책상·의자를 비치했다. 컴퓨터와 프린터 1대를 설치하고 각종 학용품 세트와 교육용 포스터도 갖추었다.

스텝재단 도영심 이사장은 어린 학생들에게 가나보다 더 빈곤했던 한국의 50~60년대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했다. 이 학교 교사인 린다(Linda)씨는 "아이들이 읽을 책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 책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스텝재단 관계자는 "아프리카를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보던 중국인들 때문에 최근 아프리카 내에선 반중감정이 높아지고 있다"며 "진정 아프리카와 경제협력을 원한다면, 장기적으로 아프리카의 교육·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스텝재단은 올해 중 세네갈·몽골 등 저개발국가에 추가로 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출처 : 조선일보 토일 섹션

2012년 5월 3일 목요일

기부의 즐거움


봉사활동, 기부활동의 핵심 키워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좋기 때문에’ 좋은 일을 했다면 이제는 내가 ‘즐겁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하는 시대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거운 이색 선행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이한 술도 마시고 기부도 하고 
1. 호주의 술집 ‘Shebeen’

최근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술 역시도 다양함을 추구하는 시대다. 세계 여러 브랜드의 맥주를 모아 놓고 손님의 취향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 술집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에티오피아의 맥주를 본적이 있는가? 베트남의 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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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정확히 말하자면 개업 예정인 ‘Shebeen’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의 술을 판다. Shebeen에서 술을 사게 되면, 가격 중 2$가 술을 제조한 국가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에티오피아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사면, 2$가 에티오피아에 있는 가난한 누군가의 소액 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베트남의 술을 산다면, 2$는 접대 교육을 받는 하노이 거리의 꼬마에게 가게 된다.

Shebeen에서는 ‘죄책감-동기부여’의 과정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여줌으로써 내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지 확인하고, 그로부터 오는 죄책감을 통해 기부를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저 당신이 할 일은 마시고 즐기는 것뿐이다. 술 한잔하면서 친구들과 즐기는 사이, 당신은 평소 생각지도 못한 개발도상국들의 국가적인 프로젝트에 일조하게 된다. (현재 Shebeen에서는 투자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원하는 누구라도 Shebeen이 문을 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봐야 아는 재밌는 봉사활동2. 미국의 ‘Do Good Bus’

 Something store이라는 쇼핑몰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를 내면 선물 상자가 배달되는데, 상자를 받는 사람은 상자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소소한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이용 할 수 있는 서프라이즈 쇼핑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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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이디어를 이용한 봉사활동 업체가 있다. 바로 ‘Do Good Bus’다. Do Good Bus는 어디서 어떻게 봉사활동을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딱 이다. 일단 버스에 올라타기만 하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 주니 말이다. 사람들은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마치 서프라이즈 쇼핑몰의 상자처럼. 봉사활동의 종류는 다양하다. 아이들과 함께 주택을 만드는 일을 할 수도 있고, 길거리에 게릴라 정원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Do Good Bus는 유명한 인디 밴드와 함께 북미 투어를 하면서 각 도시마다 봉사자들을 모으고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약 7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Do Good Bus에 올라탔다. 2012년 여름에도 다시 한 번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Do Good Bus는 주로 지역 내의 비영리 단체를 지원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곳들이 많다는 것을 승객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함이다. 또한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점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어떤 일이든 돕겠다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비밀 버스에 타는 승객들은 무슨 일이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 말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봉사활동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은 생각지 못한 일들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이내 함께 온 사람들과 어울리며 갑작스러운 상황 자체를 즐기게 된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는 경건한 마음 대신, 재미와 설렘을 안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에디터 유지윤 
Photo(CC) by blogography / flickr.com
Date : 2012.03.09 13:06
출처 : Benefit  http://benefitmag.kr/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기부의 역사


기부의 역사는 오래다. 길고 긴 기부의 역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과 그 궤적을 같이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귀족들은 신분에 따르는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릴 수 있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본래 그러한 특권을 향유하는 것에 상당하는 도덕적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용어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의 2천 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로마의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의 선봉에 서서 용감하게 적과 싸웠다고 한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 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재임 중 국가가 어렵거나 재정이 부족할 때 개인재산으로 국고를 네 번이나 지원했다고 한다. 로마의 귀족들 또한 공공시설의 복구나 건축을 위해 개인재산을 희사하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빈곤 퇴치나 차세대육성을 위한 기부도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사회지도층의 역할이 지성은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은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은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다던 로마인들로 하여금 커다란 문명권을 형성하고 무려 천년동안이나 강한 국가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리 잡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 뿌리를 내렸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사회들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최근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시달리는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의 부호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라고 정치권에 촉구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전통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은 신흥국가인 미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처음부터 봉건적 계급제도 없이 만인이 평등한 민주국가로 시작한 미국에는 유럽과 같은 귀족계급이 없었다. 따라서 미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특정계급인 귀족의 책무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책무로 형성되었다. 또 미국에서 찬란한 자본주의의 역사가 꽃을 피우게 되면서 귀족의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기업가들이 들어서게 된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는 1902년 1월 29일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액수인 2천5백만 달러를 기부하여 공공도서관 건립을 지원하는 워싱턴 카네기협회를 설립했다. 사진 출처: wikipedia
미국 기부문화의 시발점에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있다. 카네기는 65세가 되던 1900년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던 자신의 철강회사를 5억 달러에 처분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막대한 자금으로 자선활동을 시작하여 여생을 ‘위대한 기부자’로 보내게 된다. 미국에는 카네기 이후 록펠러(3억 5천만 달러, 1913년), 포드(5억 달러, 1936년) 등이 이어서 부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고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테드 터너 등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어 현재는 5만 6천여 개의 재단이 활동 중에 있다.
미국의 부자들은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데 경쟁적이다. 세계최고의 부호이며 최대의 기부자인 빌 게이츠는 “부의 사회 환원은 부자의 의무”라고 말한다. 미국 부자들의 이러한 선행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이제 미국인들은 기부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체 미국인들의 98%가 어떤 형태로든지 기부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액기부자들의 기부가 총 기부액의 77%에 이르고 있다는 최근의 통계가 그러한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카네기 이후 한 세기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기부의 전통이 부자들의 미덕이자 미국의 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의 부자들은 이러한 나눔을 통해 과거 유럽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미국 사회에 새로운 형태로 정착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시 정부가 추진한 바 있는 상속세 폐지 시도에 대해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데이비드 록펠러 같은 거부들이 “상속세 폐지는 혐오스러운 일”이고 “유산보다는 능력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책임 있는 부자’라는 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그들이 하고 있는 기부의 진정성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문화는 미국사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기부의 역사는 면면히 흐르고 있다. 우리 민족의 수난의 역사 곳곳에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온몸을 던져 나라를 구한 훌륭한 선조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들의 애국심과 의기는 니체가 <도덕의 계보>에서 설명하는 서구 노블레스들의 강력한 도덕적 권위의 원천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근대사에서만도 그런 인물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우선 사회에 공헌하는 부자의 전범으로 경주 최부자 가문을 꼽을 수 있다. 경주 최부자 가문은 무려 10대, 300년에 걸쳐 만석꾼의 재산을 유지하면서 수 없이 많은 선행과 독립운동의 후원자 역할을 통하여 부자로서는 드물게 존경과 칭송을 받는 집안이다. 최부자 집안은 권력을 멀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였으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고, 검소하게 살며 자선을 베푼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항일운동과 교육 사업에 전 재산을 바치는 것으로 기나긴 부의 세습을 마무리했다. 최부자 집안이 칭송을 받는 것은 부를 많이 축적했고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자선 활동과 사회공헌으로 지도층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부자 가문의 모범은 한, 두 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집안의 전통으로 전해내려 온다는 점에서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은 1906년 10월, 만주에 서전서숙을 세우고 무력항쟁 기지를 설립할 구상을 하여 전 재산을 처분하였다. 사진 출처: wikipedia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 일가 역시 우리나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역사를 논하는 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집안이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이회영과 그의 형제들은 만주에 무력항쟁 기지를 설립할 구상을 하고 전 재산을 처분한 뒤 1910년 12월의 추운 겨울날 60명에 달하는 대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떠났다. 그때 처분한 재산이 사료에 따라 조금씩 추정치가 다르나 요즘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 원에 이르는 거금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때 만주로 간 우당 6형제는 그 자금으로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여 독립군 양성의 중추기관으로 성장시켰다. 우당의 6형제 중 훗날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을 제외한 5명이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조국의 해방도 보지 못한 채 옥사하거나 고문후유증, 굶주림으로 타국 땅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명문가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전 재산을 헌납하며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이회영 일가의 일화는 사회적, 도덕적 책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인으로서 귀감이 되는 인물은 유일한이 우뚝하다. 유일한 만큼 인생의 편차가 큰 인물도 없을 것이다. 그는 한 세기 전 불과 10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생에서 경영자로 성장하였고, 독립운동을 지원했으며 고국에 돌아와 민족기업을 일으키고는 항일투쟁을 위해 미 육군 전략정보처(OSS)의 특수요원으로 변신하였다. 해방 후에는 다시 기업을 키운 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그는 독립운동가로, 참된 기업가이자 기부문화의 선구자로 우리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자라 할 만한 인생을 살았다. 그에게 기업은 목적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수단이었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는 그의 어록에서 남다른 기업관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우리 사회에는 과거에 존재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나눔의 철학으로 승화되어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거나 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있기엔 우리 사회의 삶의 질 양극화현상은 너무나 심화되고 있고 기부문화의 토양은 척박하기만 하다. 근자에 와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사회의 기부주역은 김밥할머니, 삯바느질할머니라는 사실이 그러한 현실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아직도 우리의 기부현실은 개인기부보다 기업의 기부가 많고 그 기업기부의 상당부분은 준조세적 성격의 비자발적 기부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게다가 우리 기업가들의 기부는 아직도 많은 경우 회사의 자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처럼 개인의 재산을 자선사업에 쾌척하는 경우는 드물다. 비중이 낮은 개인 기부조차 여전히 일부 계층에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회성이고 충동적인 기부에 그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기부는 정부의 개입 영역이 아니거나 정부의 역할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기여한다. 또 자선적 기부는 사회의 균형 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한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자선적 기부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기부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도 이제 우리가 갖고 있는 행복을 조금씩 소외된 이웃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전한 기부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 기부문화가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시대정신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기업중심에서 개인중심으로, 일회성 기부에서 정기기부로, 비자발적 기부에서 자발적 기부로, 다액소수의 기부에서 소액다수의 기부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사회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 개인재산을 쾌척하기 시작하고 중산층들이 기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풍조는 대단히 희망적인 조짐이 아닐 수 없다.
기고: 예종석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12. 4.
출처 : 이로운닷넷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이창양의 경제산책]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비결은 없다… 예술적인 경영이 있을 뿐

이창양 KAIST 경영대학 교수
......
이러한 결과에 반격이라도 하듯 짐 콜린스 등은 2011년 10월 발간된 '위대한 기업의 선택'을 통해 위대한 기업들은 고유한 경영 행태와 CEO의 자질이 있음을 주장한다. 이들은 2002년까지 약 30년간 주가 수익률을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7개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공통적인 경영 행태를 나름대로 도출했다. 우선, 이들 기업들의 경영 행태는 모험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기보다는 매우 신중하며(disciplined), 둘째, 혁신과 변화에 앞장서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 있으며(one fad behind the market), 셋째, 독선적이기보다는 매우 겸손하다는(humble)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첫 반응은 차갑다. 영국의 유력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서평을 통해 이들의 통찰력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엄밀하고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또한 월 스트리트 저널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지른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경영 스타일이 이들이 제시한 위대한 경영 행태와는 모순됨을 지적한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에 앞장서지 않고, 또한 겸손한 경영자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처방이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떤 성공 기업의 경영 특성과도 쉽게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위대한 경영의 비밀은 차치하고 경영 성과의 상당 부분이 랜덤하다는 것 정도다. 이는 경영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경영 교육의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경영의 본질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다. 오랜 경영 경험을 가진 스티브 잡스가 자신을 예술가(artist)라고 규정한 것은 단순한 희망은 아닐 것이다. 경영 활동의 핵심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반세기 전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설파한 지속 성장의 두 핵심 요소인 끊임없는 혁신과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근간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 이상을 말하기는 어렵다. 1%의 영감이나 행운은 99%의 노력으로 스스로를 돕는 자에게 주어지는 덤일지도 모른다.

경영을 과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경영 교육도 변해야 한다. 전통적인 MBA 교육은 짧은 기간에 실무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뛰어난 경영 자질을 함양하기에는 부족하다. 크게 두 가지를 새롭게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역사적 지식의 함양이다. 경제와 산업, 그리고 기업에 대한 역사적 식견이 통찰력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의 함양이다. 이는 경영이 결국 사람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구성원도 사람이고, 고객도 사람이며, 경쟁 또는 협력 기업도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혁신 능력과 소통 및 동기 유발 능력은 모두 인간의 본질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출처 : 조선일보 토일섹션 [Weekly BIZ] [이창양의 경제산책] 2012.1.14-15.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말 한마디의 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는 설득의 3요소가 등장합니다. 첫째는 에토스(ethos)로 설득하는 사람의 인격적인 측면입니다. 명성, 신뢰감, 외모, 목소리 등이 설득의 6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둘째는 파토스(pathos)로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공감, 경청, 칭찬 등 감정적인 측면이 30%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셋째 로고스(logos)는 논리적인 근거나 자료를 가지고 설득하는 것으로 10%를 차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10%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로고스 스타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 합니다. 외모나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면 경청하고 칭찬하는 30%의 파토스 스타일을 노려볼 만합니다.

출처 : 한국경제

2011년 4월 18일 월요일

[인터뷰] ‘국내 1호 펀드레이저’ 건국대 황신애 모금기획부장

11일 출범한 건국대 발전기금본부의 ‘구심점’

“기부자에 대한 관점 바꿔야 모금활성화 가능”
“기부자는 단순히 거액의 돈을 내고 사라지는 김밥할머니가 아닙니다. 기부자가 대학발전에 함께 참여하고 대학의 역사와 함께 갈 때 기부문화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기부자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대학 전체를 모금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 11일 건국대가 건국대학교발전기금본부(SKARF: SMART KU ACCELERATING RESOURCES FOUNDATION)를 정식 출범했다. 발전기금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통합본부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에서 모금전문가로 활동하던 펀드레이저 황신애씨(39)를 발전기금본부 모금기획부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황 부장은 국내 1호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모금전문가)다. 모금전문가라는 명칭이 생소하던 1996년부터 모교인 한국외대에서 7년간 발전기금 모금활동을 해 왔다. 이후 서울대에서 3년간의 모금캠페인을 성공리에 마무리 짓고 건국대와 새 인연을 맺었다.

“처음 모금활동은 모교인 한국외대에서 시작했어요. 교직원으로 입사했는데, 여자 동문 중에선 처음이었죠. 유일한 여자 동문이란 이유로 동문회를 활성화시키는 일을 하게됐어요. 그 당시 발전기금 모금이 이슈화 됐어요. 그렇게 3~4년 모금활동을 하고, 기부자들도 알게 되면서 전문적인 펀드레이저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기부문화가 활성화 돼 있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펀드레이저가 보편화된 직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특히 국내대학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는 여전히 생소하다.

“모금을 하는 사람을 모두 ‘펀드레이저’라고 해요. 미국에는 거리모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벤트를 통해 모금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금을 위한 기획을 내고, 실제 모금으로 성사시키고 집행하는 일까지가 모두 펀드레이저의 역할이에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전기금이 대학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얼마나 모금을 잘 하느냐는 뜨거운 관심사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담당하는 전문가는 없는 실정입니다.”

보통 국내대학에서의 모금활동은 모금부서에 배치된 교직원이 담당한다. 이마저도 2~3년마다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발전기금을 체계적으로 모금하고 관리할 실무자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 사이 사회단체 등의 모금활동은 점차 활성화 되는데 대학의 모금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0 대학교육 현황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사립대 발전기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지방대와 수도권대, 소액기부와 거액기부를 막론하고 발전기금 모금은 “어렵다”는 데 대학 담당자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유일한 모금전문가 황 부장이 보는 대학 발전기금 모금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대학들이 가장 못하는 점 중 하나가 기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기부자들은 자신이 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관점은 다르죠. 대학은 일단 기부자가 기부금을 내면 그 기부금을 자유롭게 활용하길 바랍니다. 그렇게 기부 이후의 ‘피드백’이 없다보니 기부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액기부금 모금을 위해선 대학이 ‘기부자=투자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황 부장은 설명했다.

“거액기부는 투자와 같습니다. 투자회사들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투자 상품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떤 이익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합니다. 대학도 기부자가 낸 돈이 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부자를 유치했다면 그 다음은 대학과 기부자가 대학의 발전에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큰 돈을 기부하는 기부자일수록 금전관이 뚜렷합니다. 자신이 어렵게 번 돈이 귀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자식들에게도 물려주지 않고, 대학에 기부를 하는 것이죠. 대학은 이런 기부자들을 위해 함께 대학의 발전방향을 논하고, 기부자가 대학의 역사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선뜻 기부하는 ‘김밥할머니’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황 부장은 그간 쌓아놓은 기부금 모금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 첫번째는 대학을 투자하고 싶은 ‘집’으로 만들라는 것.

“잘 되는 집안에 투자하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죠. 기부자에게 학교발전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홍보와 아울러 실질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외부와의 쌍방향적 소통입니다. 간담회, 세미나 등을 열어 학교현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대학과 기부자가 일체감을 갖게 해야 합니다. 또 언제든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이 외부에 많은 채널을 열어놔야 합니다. 언제 어느 부서에 전화하더라도 기부할 수 있도록 대학 조직 전체가 모금친화적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가 이토록 대학 기부금 모금과 연구에 열성인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기부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모금전문가는 더 많은 기부금을 모금하고,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또 다른 학생을 위한 기부자가 되는 것. 쉴 틈 없이 대학가에서 모금활동을 벌여온 이유이자 목표다.

“대학 재정구조가 열악하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지 못합니다. 이를 충당하는 게 기부금이에요. 기부금 모금이 활성화돼야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혜택을 주고, 등록금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는데, 아직까지 대학에는 모금활동을 전문적으로하는 사람이 없어요. 제 뒤를 이을 제2호, 제3호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를 길러내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 홍여진 기자 (dike@unn.net) | 입력 : 2011-04-14 오후 10:24:00

2011년 3월 29일 화요일

미국에서의 기부금에 대한 세제지원 범위

I. 서설
최근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선단체 또는 비영리단체를 비롯한 비과세대상이 되는 단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단체들의 사회적 영향력 또한 나날이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맞물려 이들에 대한 과세 문제가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경우 이들 단체들에 대하여는 비과세 등의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또한 이들 단체들에게 지급되는 기부금도 일정 부분 공제대상이 된다. 각나라마다 차이는 있으나 해당 단체들에 대하여 세제혜택을 주는 이유는, 이들이 수행하는 사회적·공익적 기능에 의하여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감소하고 일반복지(general welfare)가 증대되므
로, 사실상 일반 납세자의 세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하여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기부금 단체 간 구분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형평성을 재고하기 위하여 법정, 특례, 지정의 3단계였던 기부금 단체별 소득공제제도를 올해부터 법정, 지정의 2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 차원에서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개인은 20%에서 30%로, 법인은 5%에서 10%로 확대하였으며, 해외교민지원 및 한국홍보단체와 공인된 국제기구 등 해외기부에 대한 공제도 인정하기로 하였다.(1) 소득세법 제34조; 법인세법 제24조 참조.) 아래에서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연구되어 온 미국에서의 기부금에 대한 세제지원 범위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현행 미국연방세법상 자선기부금에 관한 소득세법 규정에 관해서는 (i) 기부금을 수령하는 단체의 적합성, (ii) 완결된 증여(completed gift)로서의 기부금 또는 기부 자산의 양도, (iii) 당해 연도 또는 이월되는 공제 대상 금액의 범위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2) 아래에서는 미국기부금제도의 연혁과 함께 이들 각 항목을 살펴 보기로 한다.

출처 : 한국법제연구원 최신외국법제정보 2011-01호 참조
미국에서의 기부금에 대한 세제지원 범위 - 변혜정(서울 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