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5일 수요일

함께 나누어요~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됩니다

[생명나눔]
◎ 한국백혈병환우회 (www.hamggae.net)
당신을 ‘천사만원클럽’의 천사로 초대합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등과 같이 ‘피가 아픈’ 혈액질환 환자와 예비환자로서 그 가족과 이들을 자원봉사와 기부금으로 돕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가 생명의 버팀목이 되어 함께 백혈병 등을 이겨내고 있는 NGO 환자단체입니다.


◎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www.kmdp.or.kr)
함께 할 때 힘이 됩니다!!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세포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등을 만드는 줄기세포이며 골수, 말초혈 그리고 제대혈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도 항암제나 방사선 등으로 자신의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소멸시킨 후 타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공급받으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 생명나눔실천본부 (www.lisa.or.kr)
따뜻한 사랑의 작은 나눔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립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 뇌사시 장기, 각막· 조직기증, 사후시신기증 희망등록 및 결연,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등록, 생존시 신장기증 결연, 혈소판 성분헌혈 공여· 헌혈증지원, 환자치료비· 수술비 지원등 의료구호 및 사회복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공익법인입니다.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www.donor.or.kr)
-장기기증은 건강한 삶을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여 꺼져가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또 살아있을 때라도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다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여 사랑으로 생명을 살리는 생명나눔운동입니다.

[공익나눔]
2009 아름다운재단 캠페인 (www.hopejiji.org)
'희망은 지지 않습니다'
-아름다운재단 '희망은 지지 않습니다’ 캠페인은 공익캠페인 풀뿌리 지역공동체와 공익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어려운 시기에서도 희망을 지켜가는 아름다운재단 1% 기부 참여 캠페인입니다.


◎ 함께하는시민행동 (www.action.or.kr)
예산감시! 좋은기업만들기! 정보인권! 페어라이프!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공익적인 시민단체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하는 창조적인 실험정신과 혁신적인 생각,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과 함께 느리지만 즐겁게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창립당시부터 지금까지 민주적인 의사결정, 투명한 조직운영, 독립적인 재정 이라는 원칙 아래 회원들의 정기회비와 시민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한국여성민우회 (www.minwoocoop.or.kr)
웃어라 여성! 여성이 웃는다! 세상이 웃는다!
-성차별 없는 성평등한 사회 다양한 차이가 존중되는 세상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곳에서 일상속의 여성운동!
바로, 당신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 환경정의 (www.eco.or.kr)
초록으로 그리는 정의로운 세상
-환경정의는 먹을거리와 대기오염으로부터 어린이가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다음지킴이운동본부, 사회적 약자를 살리는 환경복지 실현을 위한 초록사회운동본부, 토지의 공공성과 맑은 자연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토지정의센터와 생명의물센터 그리고 녹색대안사회를 모색하는 환경정의연구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녹색교통 (www.greentransport.org)
교통사고 피해자 및 유자녀, 유가족 여러분께 언제나 힘이 되는 녹색교통!
-녹색교통운동은 시민사회단체로서 제도적으로 지원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들을 지원하는 사후 지원활동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유자녀들을 돕는 후원자 및 시민들에게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및 이웃사랑을 직접 실천함으로써 생명을 존중 할 수 있는 교통사고 예방차원의 다양한 활동도 함께 전개하고 있습니다.


[나눔상품]
◎ 탐스 슈즈 (http://www.tomsshoes.co.kr)
고객이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전달하는 일 대일 기부!
-탐스슈즈 (TOMS Shoes)는 SHOES FOR TOMORROW를 축약한 브랜드 이름으로 고객이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한 켤레를 슈드랍(Shoe Drop) 이라는 행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 아이브로우 (http://www.eyebrowt.com)
티셔츠를 통한 더 행복한 세상 만들기!
-티셔츠 한 장이 판매될 때 마다 한 장을 적립하여, 우리나라 빈곤한 아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웹 스토어입니다.



[재능나눔]
◎ 사회문화나눔협회 (www.scsa.kr)
-내가 악기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나눔을 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 사회문화나눔협회를 찾아보시면 나눔의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 페어라이프 캠페인 (www.myfairlife.kr)
-아이디어가 좋은 기획자, 세상을 넓게 보는 여행가,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 자신의 재능을 공정하고 착한 세상을 만드는 데 쓰고 싶으시다면 페어라이프 캠페인을 방문해주세요.


◎ 싱요사 (cafe.naver.com/scook.cafe)
-요리 만드는 것을 좋아하시고 ‘내가 한 요리하는데?’ 하시는 분들은 ‘싱글을 위한 요리사랑모임’을 방문해보시면 가까운 곳에서 요리로 봉사하실 수 있습니다.


◎ 프로보노코리아 (www.probonokorea.com)
함께하는 재능나눔. 즐거운 자원봉사 함께해요!
-'프로보노‘는 라틴어 ’pro bono publico' (공익을 위하여)‘에서 온 말입니다. 변호사들의 무료변론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프로보노 활동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기부’하는 것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회성의 지원보다는 지식· 재능· 전문기술을 통하여 길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프로보노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프로보노의 활동입니다.

[가진것을 나누다]
◎ 북쉐어링 (http://nanumbook.com)
책장 속 묵혀둔 책으로 따스한 나눔을 실천하세요!
-한번 읽고 책장 속에 묵혀둔 책이 집에 없으신가요?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그대로 꼽아둔 책, 집안에 서재를 꾸밀거야! 하며 무작정 책만 모으고 계신건 아닌가요?
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책이 필요해도 책을 살수 없어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책장속에 잠들어 있는 책에 날개를 달아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과 오지마을에 책을 보내주는 책 나눔 운동입니다.

출처 : 함께하는 시민학교

나눔은 개인의 삶과 사회의 프레임을 바꾸는 힘, 윤정숙 선생님과의 대화

개념있는 시민학교 두번째 시간, 11월 24일 저녁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신 윤정숙 선생님과 함께 나눔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강연에는 첫 시간에 이어 연속으로 참여해주신 분들, 나눔 강연을 듣기 위해 특별히 신청해 참여하신 분들, 그리고 실제 나눔의 현장에 있는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강연을 준비하던 당일 오후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너무 긴장되어서 저녁식사를 거르시겠다는 엄청난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막상 강연을 시작하자 손수 작성한 PT자료와 영상을 곁들여 평소의 차분하고 따뜻한 어투로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주셨답니다.


나눔, 변화를 꿈꾸는 새로운 상상력 =>> 발표자료
발표와 함께 본 영상 1) 아름다운재단 2008 >> 보러가기
2) 책날개를 단 아시아 >> 보러가기


강연 스케치 ==> 보러가기

강연은 차분했지만, 끝나고 보니 듣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참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또 그 나눔을 통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위 발표자료에 담겨있는 내용이지만, 텍스트로 옮겨보았으니 하나씩 음미해보세요.


나눔이란 무엇일까요

지갑으로 사유하는 이 세상"에서 "나눔은 지금, 여기 어떤 상처 어떤 위기 그 위에 작동하는 것, 경이로운 생명을 이어 가게 하는 것
마음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돈, 시간, 재능, 끼, 좌석, 대화, 지식, 마음…
나와 타인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엘리 위젤)
다른 사람의 삶을 어루만지는 것 (오프라 윈프리)
삶을 성찰하는 힘, 소유와 소비에서 돌봄과 연대로
이웃으로 이웃을 돌보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사회
"잘못도 없이 인생이 곤두박질 치는 데도 삶을 내려놓지 않고 꿈을 기르고 사랑을 번식시키는 것으로 매번 한 발짝 씩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세상을 위한"(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변화 - 나누는 사람, 받는 사람, 사람과 사회의 가치, 세상의 변화

나눔의 짝 말들

소통 "나눔은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을 여는 것"
기억 " 힘겨웠던 자신을, 또한 고통받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
변화 " 개인과 사회의 진화를 꿈꾸는 창조적 도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생의 길이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깊이나 넓이는 바꿀 수 있다 You can not do much about the length of your life but you can do a lot about its depth and width.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옛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을 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오드리 햅번이 아들에게 쓴 편지)
국가나 개인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는 " 빈곤과 고통을 없애고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곤란에 없다. 처한 사람들을 기꺼이 도와 줄 수 있는, 과감하면서도 사려깊은 공동체가 필요하다."
"잠깐 행로를 벗어난 것이 내 삶을 영원히 바꾸어 놓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존 우드 John Wood)
"더 낮게 더 낮게" "누구나 자유롭고 차별없이 당당할 수 있는 세상" "나를 지금 여기 있게 한 수많은 인연들이 고맙다" "함께 꿈꿀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선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무관심과 차별 속의 소수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 (국내 최초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변호사들)

나눔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상상력 씨앗 속의 사과, 개인 삶과 사회의 프레임을 바꾸는 힘입니다.

강연이 끝난 후, 시민행동 페어라이프 팀에서 준비한 공익나눔, 재능나눔, 생명나눔, 나눔쇼핑 등 영역별 나눔브로셔와 다양한 안내서들, 그리고 직접 설치한 부스들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료를 일일이 모으느라 여러 사람이 고생은 좀 했지만 나눠드리고 보니 뿌듯하더군요.

나눔브로셔는 이렇게 구성되었어요.

부스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최근 진행중인 "희망은 지지 않습니다" 캠페인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낙엽과 기부저금통 등을 준비해주셨고, 물품을 하나 구매하면 하나를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는 나눔쇼핑의 사례로 탐스슈즈(신발), 아이브로티(티셔츠) 두 곳에서 직접 물품과 사진, 영상 등을 진열해주셨습니다. 처음 기획할 때는 강연을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막상 이렇게 강연장에 아기자기한 부스들이 있으니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강연 후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이 피어나더라구요. 정말 다행이었어요.


이렇게 두번째 시간이 끝이 났습니다.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감동적인 나눔의 목소리들을 전해주신 윤정숙 선생님, 그리고 나눔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시간과 애정을 모아주신 참가자 여러분과 나눔부스 참여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만남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보다 따뜻하게,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나눔의 힘을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함께하는 시민학교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MIT의 지식 기부

강좌 인터넷 통해 전세계에 공개
대학, 지식공헌활동 적극 나서야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가 일반 시민들을 위해 10만원짜리 교양강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다음 달 15일 시작되는 이 강좌는 '아름다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본 교양과 상상력'이란 주제 아래 매년 두 차례씩 200명 규모로 개설될 예정이다.

강좌는 총 20회에 걸쳐 남북한 관계 같은 사회과학적 이슈는 물론 생명공학,한국현대사 등 자연과학과 인문학 주제까지 망라해 다루고 강사진 또한 일반인들은 접하기 힘든 화려한 진용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지식에 갈증을 느끼면서도 공부할 기회가 적은 일반 시민들로선 최고 명문대학의 수준 높은 강좌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아쉬운 느낌이 적지 않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수강 신청을 할 수 없었던 대부분 시민들에게 명품 강의는 그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애써 기획한 프로그램의 혜택 범위가 이 정도에 그친다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온라인 무료강의 프로그램(OCW)'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 2002년 출범한 이 사이트(ocw.mit.edu)는 대학에 개설된 1800개 강좌 전체를 온라인으로 전면 공개하고 있다. 강의 동영상은 물론 강의 노트,시험문제까지 올려 놓았고 영어 청취력이 약한 사람을 위해 교수의 발언 내용도 친절하게 글로 옮겨놓았다. 아이디나 패스워드도 필요 없다.

MIT가 이런 파격적 지식 기부에 나선 것은 지식 공유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지적 진보 및 인류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실제로도 반향이 엄청나다. 이미 200여개국 7700만명이 이 사이트를 찾았고 1800개 강좌 중 600개 이상은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됐다. 매달 방문자만도 100만명이 넘는다. 각국 대학은 물론 첨단기술기업,방위산업기업,금융회사 등도 단골 방문객이다. 지식기부가 얼마나 큰 효과를 내고 있는지 선명히 드러난다.

취지에 공감해 OCW운동에 동참하는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미국에서는 예일 버클리 존스홉킨스 같은 명문대학들이 강의공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유럽 아시아 지역 등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지식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국제OCW컨소시엄까지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고려대 등 8개 대학이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제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2007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축이 돼 KOCW를 만들었지만 지식공유 운동을 한다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다. 참여대학은 40여개,강좌 수는 200개가량에 그친다. 그나마 사이버 대학 등이 애초부터 온라인 강의를 목적으로 만든 게 대부분이다. 도쿄대를 비롯 22개 대학과 공공연구소들이 참여한 가운데 만들어진 일본의 JOCW가 15만건 이상의 강좌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 견주어 봐도 턱없이 뒤진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이 없지 않다는 것은 안다. 모든 강의를 공개할 경우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고 동영상 제작 등에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MIT를 비롯 지식기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대학들 역시 그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것은 대학과 교수들이 사명감을 가지는 일이다. 특히 이른바 SKY대학을 비롯 카이스트 포스텍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한다면 나라 전체의 지적 · 기술적 발전에 큰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0만원짜리 명품강좌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더 높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나라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과 교수들이 지식기부 · 지식공유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인식을 가져줬으면 한다.

출처 : 한국경제 입력: 2009-05-20 17:16 / 수정: 2009-05-21 10:27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개관

경남외노, 11년째 다문화가정·외국인노동자 기둥역할

삼남연회(정양희 감독) 소속기관으로 11년째 경남지역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선교에 매진하고 있는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 목사)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다문화어린이들을 위한 전용 도서관 ‘모두’를 개관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이하, 경남외노)는 지난 8일 상담소 5층 대강당에서 다문화어린이도서관 개관감사예배를 드렸다. STX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문을 연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은 다문화 가족 2세대들이 한국사회의 교육환경에서 소외되지 않고 부모의 모국어를 접하고 다문화 사회의 시민으로 자라는데 도움을 주고자 설립됐다.

‘다양한 문화가 모두 모인다’는 뜻의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는 총 200㎡ 규모에 열람실을 비롯해 유아실, 강의실, 프로그램실, 이동식 무대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몽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캄보디아, 네팔 등 11개국 단행본 총 5261권과 한국어 잡지 7종,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영상물 210개를 비치했다.

이 도서관에서는 ‘엄마나라 책읽기’ 등의 프로그램 진행으로 다문화가정 2세 자녀들이 엄마나라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2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고, 부모에게 자긍심을 느끼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학생들에게 다문화교육을 지원하여 편견과 차별 없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이날 개관감사예배에서 정양희 감독은 “한국에는 110만 명의 이주민들이 있으며 이는 이미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가 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때에 다문화가정 2세들에게 영성과 지성을 겸비할 수 있는 도서관이 설립된 것은 하나님의 큰 축복”이라고 전했다.

또한 구동태 감독(합성교회)도 축사를 통해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을 교회에서 개관한 것, 그것도 감리교회에서 이러한 일을 한 것, 또 삼남연회 마산동지방 소속기관에서 이러한 큰일을 해낸 것은 감리교회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지역에 큰 선교역할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큰 기쁨이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는 STX그룹 강덕수 회장과 임원진들,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급회장, 카멜 프라사드 코이릴라 주한 네팔대사, 박성호 창원대 총장, 이철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장(도서관장), 박영민이사장, 권영길, 권경석 국회의원, 다문화가정과 어린이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원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개관식을 가졌다.

한편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2호점이 위치한 경남지역은 전국에서 3번째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으로 다문화 가정 8000세대(자녀수 4800명),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6만여 명이 살고 있어, 이번 도서관 건립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습능력 향상과 지역사회 내 문화 간 소통하고 협력하는 문화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기독교타임즈(http://www.kmctimes.com)
2009년 09월 16일 (수) 21:19:49 정택은 전문기자 yesgo@kmctimes.com

[2009 대학평가] 교육 여건 부문

자발적 기부 폭발시킨 ‘서남표 리더십’
KAIST 작년 647억 모아 … 3년 새 100배

‘2009 인문주간’ 행사의 하나로 열린 ‘한강 르네상스 역사문화 기행-두 바퀴의 한강 인문학’에 참가한 건국대 교수와 학생들이 22일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 문화유산 답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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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학 양지원 부총장은 “2006년 서 총장 부임 이후 KAIST의 교수 인사 개혁 등의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동문을 포함해 외부인의 자발적인 기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의 교육여건은 ‘돈’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정 여력이 없어서는 대학을 키우기 어렵게 된 것이다. 올해 평가에서 교육여건 부문 순위는 대학이 학생 등록금보다 기부금 등 외부 재원을 활용해 교육환경 개선에 애를 쓰는 대학에서 높게 나타났다.

◆기부금·장학금 혜택=이번 평가에서 기부금은 사립대의 경우 학교 회계, 국립대는 발전기금 회계 결산에 잡힌 액수만 비교했다. 사립대 재단이나 산학협력단 발전기금으로 들어온 기부금은 제외한 것이다. 사립대 기부금 1위 대학은 연세대(481억원)였으며 인하대(396억원)와 고려대(352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사립대의 기부금은 연구 목적의 발전기금 등을 포함하면 더욱 늘어난다. 세입에서 기부금 액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대학은 인하대(14.6%)였다. 대학들은 단순히 동문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금융상품도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성균관대·인하대 등은 매달 일정액을 내는 기부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건국대는 동문에게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로 1000원 단위의 사이버머니를 구입하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가 대상 88개대 중 21개대의 지난해 기부금 모금 실적이 10억원 미만이다. 기부금이 한 푼도 걷히지 않은 대학도 있을 정도다. 주로 등록금 수입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POSTECH(옛 포항공대)은 세입 중 납입금 비중이 9%로 사립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대 중에서 학생에게 제공하는 장학금 혜택이 가장 큰 대학은 서울대(학생 한 명당 1년 장학금 460만원)였다. 등록금 액수가 적은 데도 학비 감면 등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등록금으로 낸 돈의 전액을 장학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국립대는 한국해양대(장학금 환원율 100%)로 조사됐다. 수도권 지역 사립대 중에서 학생 한 명이 받는 1년 장학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성균관대(189만원)였다.

◆낮아지는 교육의 질=법적으로 정해진 교수(전임강사 이상 전임교수) 수를 채운 대학은 전체 88개대 가운데 순천향대(1위) 등 13개대였다. 대부분 사립대에서 교수 한 명당 20명이 넘었다. 전임강사가 맡는 강좌 비율도 전체 강좌의 3분의 1에 달하는 학교가 나올 정도로 일부 대학에서 교육의 질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대학은 전체 강좌의 73%를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 성적 불량 등으로 대학을 다니다가 올해 중도 탈락한 학생 비율은 전체적으로 2.9%로 집계됐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들에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994년 국내 언론 최초로 시작해 올해로 16년째입니다. 대학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 선택의 기준이 될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올해는 국내 대학의 학문 분야별 수준을 세계 유력 대학과 비교·분석하는 ‘글로벌 평가’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대학과의 연구 수준 차이를 입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종전의 대학별 종합·학문 분야 평가도 세분화했습니다. 대학을 특성에 따라 인문·사회계열, 이공계열, 종합계열로 나눴고 교육중심대학 평가도 도입했습니다.



◆교육여건 평가=지난해와 동일한 지표를 반영했다. 다만 계산 방식은 대학과 자문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숙사 수용률, 학생 충원율, 교수 확보율, 장학금 환원율이 100%를 넘으면 모두 만점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학생 충원율은 정원을 기준으로 얼마나 학생을 채우고 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100%를 채우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자문단은 판단한 것이다.

◆교육여건(100점)=▶교수당 학생 수(15) ▶교수 확보율(10) ▶학생당 장학금(10) ▶등록금 대비 장학금(학비 감면) 환원율(5) ▶기숙사 수용률(5) ▶학생당 도서자료 구입비(5) ▶학생당 교육비(15) ▶교육비 환원율(10) ▶세입 중 납입금 비중(10) ▶학생 충원율(5) ▶중도 포기율(5) ▶세입 대비 기부금(5)

◆지표 기준=▶전임강사 이상 교수당 학생(학부·대학원 재학생) 수는 2009년 4월 1일 기준 ▶장학금은 2008년 1, 2학기 기준 ▶학생 충원율·중도 포기율은 2009년 4월 1일 기준, 납입금·기부금 등의 재정자료는 2008년 결산 기준.


◆200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강홍준 기자(팀장·본지 교육개발연구소장)
강혜란·박현영·이진주 기자
유지연·어혜원·우호진·이하늘 연구원

▶연락처:webmaster@jedi.re.kr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www.jedi.re.kr)를 참조하세요.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이진주 기자 [meganews@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세계 기부문화 리포트]교포 2세 데이비드 김

《한가위가 다가왔지만 우리 주변엔 쓸쓸한 명절을 보내는 이웃이 여전히 많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소중함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더 절실해졌다. 본보 취재팀은 나눔과 베풂의 문화가 뿌리내린 미국과 유럽을 찾아 한국이 ‘따뜻한 기부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지혜를 살펴봤다.》

■ 美교통부 차관보 교포 2세 데이비드 김

“美서 나를 키운 롤모델은 나눔의 삶 솔선한 부모님”
“아버지 40여년 인술 펴며 집 한채 남기고 모두 기부
그 정신 배워 공직에 투신”

올해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교통부 차관보에 30대 중반의 한인 교포 2세 데이비드 김(김성철·36·사진) 씨를 발탁해 화제가 됐다.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참모로 활동했던 그는 고경주 보건부 차관보, 고홍주 국무부 법률 고문 등과 함께 한인 교포 출신으로는 몇 명 안 되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국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평생에 걸친 기부 정신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김 씨의 부모인 루크 김 전 교수(왼쪽)와 그레이스 김 씨. 이들은 평생 나눔의 삶을 실천하면서 아들에게 기부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사진 제공 루크 김 전 교수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의대 정신과 교수를 지낸 부친 루크 김(김익창·79) 씨와 모친 그레이스 김 씨(78)가 기부와 사회봉사를 통해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정신이 아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것이다.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의 아담한 도시 실비치. 자택 인근 식당에서 만난 김 전 교수는 노환으로 몸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말보다는 필담이 수월했다. 그러나 기부에 대한 생각을 묻자 눈빛이 또렷해졌다. “사람에게 나눔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아들 역시 이 말에 동의했다.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주라(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 is)’는 격언이 부모님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마저 들곤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딱히 훈계를 많이 하신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여주셨죠. 평생 기부하고 봉사하던 모습은 제 인생의 영원한 롤(role)모델입니다.”

정신과 의사라면 미국에서도 고액연봉자에 속하는 직업. 하지만 김 전 교수 부부는 은퇴자들이 주로 사는 동네의 작은 집과 월 5000달러의 연금 말고는 별다른 재산이 없다. 두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론 금전적 지원을 일절 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전부 기부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2006년 교수 은퇴와 동시에 30여 년간 살던 집마저 작은 규모로 옮기고 차액 25만 달러를 대학에 내놓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남을 도울 힘이 있다고요.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다른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는 거죠. 바로 그 나눔의 정신이 우리 가족을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고개 들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시아인은 돈을 많이 벌어도 미국 주류(mainstream)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의 삶은 제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였습니다. 아버지의 기부가 저를 성공으로 키운 셈입니다.”

데이비드 김 차관보에게 부친이 물려준 ‘찬란한 유산’은 바로 남을 위해 베푸는 마음이었다. 실제 그도 대학생 시절부터 재미동포 권익옹호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한미연합회(KAC·Korean American Coalition)를 통해 활발한 지역봉사 활동을 펼치며 부친의 뜻을 실천해 왔다.

어렵게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김 전 교수가 달랑 100달러를 들고 미국 땅을 밟은 것은 1956년. 의대 인턴 과정을 마치고 학자금 융자를 갚는 데만 15년이 걸렸다. 자신을 힘겹게 한 세상에 한이 생길 법도 했지만 그는 세상에 ‘기부’란 미소로 답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아들은 미국 주류사회의 동량(棟梁)이 됐다.

부부가 나눔을 베푼 시기를 보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1962년 혼인해 결혼 5년차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부부는 인턴 월급 약 100달러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던 터였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도 벅찼지만 한국 입양아를 돕는 단체에 당시 부부에게는 거금인 1000달러를 내놓았다.

“정신과 상담을 하며 한 입양아 환자를 만났는데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타향에서 우연히 만났지만 같은 동포 아닙니까. 그들이 고통 받는 걸 알면서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죠. 무료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기부금도 보탰습니다. 돈은 조금 덜 쓰면 돼요.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도울 수 있어요.”

기부 활동은 이후 여러 방면으로 뻗어갔다. 입양아에서 한국 이민자로, 한국인에서 다른 아시아인으로 관심을 확장하며 기부 대상 단체를 늘려갔다. 1980년대 초반에 이미 4만 달러를 기반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돈만 아낌없이 내놓은 게 아니었다. 김 전 교수는 평생 무료 정신과 상담을 했고, 아내 역시 고교 교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빈민층 아동 지도에 발 벗고 나섰다.

1973년 미국 한인사회를 뒤흔들었던 ‘이철수 사건’에 관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철수 사건은 로스앤젤레스의 재미동포 1.5세인 이철수 씨(당시 21세)가 갱 단원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던 사건. ‘이철수 구명위원회’ 결성을 처음 논의한 곳이 김 전 교수 집의 응접실이었다. 김 차관보에게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찾아와 타인을 위해 열정적으로 회의하는 장면은 어린 그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이 개인적 성공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곤 했다.

김 차관보는 “부모님의 봉사 정신은 내가 공직에 뛰어든 결정적인 이유”라며 “그들은 언제나 내게 ‘공익활동(public service)은 영예롭고 위대한 부름’이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회상했다.

실비치=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2009-09-28 03:04
출처 : 동아일보

[세계 기부문화 리포트]<상>기부는 교육-훈련의 산물

2009-09-28 03:04 2009-09-28 03:45

美-유럽 상류층 “베풂은 자녀에게 물려줄 찬란한 유산”
○美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교육 핵심은 기부”
학생들 지역봉사는 기본
자선 펀드 스스로 조성
○ 美 아이스너 가문 ‘후계 훈련’
“제대로 써야 제대로 번다”
자녀에 기부대상 정하게 한뒤
효과담은 리포트 제출토록 해



미국 매사추세츠 주 앤도버 시에 있는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고등학교. 이 학교 교정 곳곳에서는 ‘논 시비(Non Sibi)’라는 라틴어 문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기심을 버려라(Not for Self)’라는 뜻으로 조지 워싱턴 등과 함께 미국 독립의 아버지로 불렸던 폴 리비어가 230년 전 학교 설립 때 만든 교훈(校訓)이다.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로 꼽히는 이 학교 학생들은 교훈에 담긴 의미를 새기며 사회봉사와 기부 활동을 통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훈련받고 있다.

기부문화가 실생활에 뿌리를 내린 미국과 유럽에서 취재팀이 확인한 것은 기부 활동이 단순한 동정심의 발로가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특히 기부 선진국의 사회 지도층은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기부 활동의 중요성을 가르쳐 이를 사회적 전통으로 키워왔다.



○ 기부로 훨씬 풍성해진 네덜란드 왕세자의 결혼식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동남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위트레흐트 시엔 네덜란드의 최대 기부단체인 ‘오라녀 펀드(Oranje Fonds)’ 본사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당시 율리아나 여왕이 네덜란드 왕가와 상류층의 기부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앞장서 이 단체를 만들었다. 2002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돼 독립적인 시민단체로 바뀌었지만 왕실과의 인연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 알렉산더르 왕세자와 막시마 왕세자비의 결혼식이다. 이 결혼은 아르헨티나 평민 출신인 막시마 비의 신분 상승으로 호사가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미담이 있다. 결혼식장에서 왕실이 ‘기부 티켓’이란 형태의 독특한 축의금을 받은 것이다. 결혼식 하객들이 축의금을 낼 돈으로 기부 티켓을 사고, 이 돈은 곧바로 오라녀 펀드의 기부금으로 적립됐다. 결혼식 하객들이 이웃돕기를 실천하도록 왕가가 이끈 것이다.

오라녀 펀드의 상임간사인 요너 부셔스 씨는 “어릴 때부터 기부교육을 받은 왕세자가 왕족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세자는 할머니 어머니의 기부 활동을 보며 자랐고, 기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 왕가의 기쁨을 모든 국민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기부 티켓이란 신선한 아이디어를 낳은 것이다. 이후 기부 티켓은 네덜란드에서 유행처럼 번져갔다. 왕세자 부부의 솔선수범을 상류층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도 경사가 있을 때 기부 티켓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어갔다. 제대로 교육받은 지도층의 선행이 나라의 멋진 풍속을 만든 셈이다.




○ 기부문화 꽃피우는 기부교육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교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은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이다. 과목마다 실력이 떨어지는 학우를 성적이 나은 친구가 도와준다. 이 학교의 바버라 랜디스 체이스 교장은 “교훈에 걸맞게 타인을 돕는 걸 생활화하는 게 목적”이라며 “학교 클럽 활동도 지역사회 봉사나 자선 펀드 조성 등을 체험하도록 권장한다”고 말했다. 봉사를 강조하는 커리큘럼은 미국 명문대 입시에서 이 학교 출신들이 후한 점수를 받는 요인이 된다는 게 교장의 귀띔이다. 그는 “상류층 부모들 역시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욕망은 누구보다 강하다”며 “이들은 자녀의 기부 교육이 엘리트 교육의 핵심임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인디애나대 자선센터가 최근 발표한 ‘2008년 부유층 자선 연구’에 따르면 순자산이 100만 달러(약 12억 원)가 넘는 7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6%가 기부 동기로 ‘자녀와 젊은 세대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기부 결정과 자선단체 선정 때 자녀들의 의견을 구하면서 기부의 중요성을 가르친다고 답한 사람이 95.9%에 달했다. 이런 교육의 영향으로 조사 대상자 40%의 성인 자녀들이 직접 자신의 기부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부단체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커뮤니티파운데이션의 조남주 디렉터는 “한국에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기부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제대로 쓸 줄 알아야 제대로 번다”

선진국의 사회 지도층은 왜 이처럼 기부 교육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는 것일까. 취재팀은 해답을 얻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스너 재단 관계자를 만났다. 이 재단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그룹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마이클 아이스너 가문이 1996년 만들었다.

아이스너 가문의 후계자들은 어릴 때부터 ‘기부 테스트’를 거친다. 아이스너 재단은 해마다 800만 달러가량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가문의 젊은 자녀들이 직접 쓰일 곳이나 액수를 결정하게 한다.

그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대상을 찾으면 해당 단체의 활동 명세 등을 세세히 따져본다. 그 다음 기부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를 담은 분석 리포트를 작성해 재단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아이스너 재단 관계자는 “미국 상류층은 어떤 방식으로건 기부 교육을 받는다”며 “제대로 돈을 쓰는 법을 배워야 나중에 제대로 돈을 벌고 사회도 이끌 수 있다는 무언의 합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한국디지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구 상류층은 가문의 긍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엄격한 교육이 조화를 이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대물림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위트레흐트=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앤도버=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로스앤젤레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출처 : 동아일보

서남표 KAIST 총장, 뚝심과 추진력 넘치는 '70대 청년'




"대기업 취직보다 창의적 사업으로 남에게 직업을 주겠다는 생각을 하라"
대담=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미국에서 무려 3개의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며 어렵사리 MIT를 다니던 한 청년은 어느날 단아한 모습의 한국인 여학생을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다. 당시 고학을 하던 청년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그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자 마음을 태운다.

어느날 이 청년은 한달치 아르바이트 월급을 몽땅 털어 택시를 타고 무작정 수십㎞ 떨어진 그녀의 집을 찾는다. 이국땅에서 택시를 이용한 희한한 데이트가 몇차례 더 이어졌고, 택시비가 한 달치 아르바이트 비용임을 알게 된 여학생은 결국 동갑나기 청년의 정성에 감동하게 된다. 이 청년은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통째로 움켜쥔 채 평생의 동반자가 된다.

요즘 한국 대학교육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서남표 KAIST 총장(73)의 청년 시절 일화다. 서 총장은 20대 청년기에도 일단 목표를 정해놓으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실행'에 옮기는 막강한 추진력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29일 웨스틴 조선호텔 비즈니스룸에서 만난 서 총장은 강인함가 여유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내공이 느껴지는 노신사였다. 서 총장은 학교관련 예산을 따내거나 각종 회의나 행사에 에 참석해 KAIST를 홍보하기 위해 대전과 서울 등지를 자주 오간다고 한다.

서 총장은 70대라고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서 총장은 이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경제관련 논문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 과학기술 외에 경제로 관심분야를 넓혀 새롭게 경제문제를 바라보고 재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가 이뤄진 이 호텔은 서총장의 'KAIST 서울 출장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서남표의 힘

서 총장은 요즘 KAIST라는 새로운 '연인'을 상대로 50년 전과 똑같은 대시와 시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의 몸짓마다 자신감이 느껴지고, 평생의 배필을 구할때와 같은 정성이 감지된다. 서 총장이 KAIST에 거는 목표는 분명하다.

바로 '세계 최고 이공계 대학'으로 우뚝 서는 일이다. 서 총장은 이같은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학생들과 한국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확신이 설때마다 이를 웅변하고 실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서남표 총장의 추진력과 뚝심은 늘 그를 화제의 중심에 서게 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서 전임 KAIST 총장을 맡았던 로버트 러플린 박사에 이어 서 총장이 카이스트 총장에 올랐을때 그가 '개혁총장'으로 이 처럼 괄목할만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서 총장은 러플린 전임 총장이 못다 이룬 KAIST호의 개혁을 취임 3년여만에 반석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총장이 많은 성과를 일궈내면서 성공적 삶을 살아온 첫 걸음은 바로 '목적'에 대한 물음이었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투자', 그리고 엄청난 열정과 추진력이야말로 서 총장의 특유의 힘이라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서총장은 얼핏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실제로는 호탕한 웃음이 돋보이는 매력남이었다.
 
◆책임감 있는 과학인재 육성

서 총장이 이끌고 있는 카이스트는 지난 3년동안 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철밥통'이라고 불리던 교수들의 정년 보장제는 옛말이 됐고, 수업료 전액 면제의 혜택 을 받던 학생들도 성적에 따라 돈을 내야 했다. 초기에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불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서 총장은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에 수많은 반발 속에서도 카이스트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다.
 
서 총장은 "젊은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카이스트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많은 혜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의 책임은 공부를 하는 것이고, 교수들의 책임은 연구에 전념해야 한다는 원칙론도 그는 여러번 강조했다.
 
카이스트는 최근 학내에서 새벽 2시부터 7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역시 '책임을 지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서 총장은 "게임하고 노는 것도 좋고 그것을 통해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해 본래의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리라는 것이 서 총장의 생각이다.



 
서 총장은 "한 예로 겨울방학을 한달로 줄이는 대신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려 그 기간에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지난해에는 600개의 인턴 자리를 학교에서 준비했지만 올해는 학생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 총장은 이어 "결국 제도를 마련하고 개혁을 단행하는 것은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독립심을 키워 책임감 있는 과학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며 "머리 좋은 사람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노력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한다', ' 남에게 기대지 않는다'는 자세로 지식에 접근하면 열심히 할수록 성과가 쌓인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 발전 위한 기부문화의 정착

서 총장이 '책임감'을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받는 혜택은 정부지원뿐 아니라 독지가들의 기부금에서도 상당 부분 나오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에 들어온 기부금은 지난해 무려 1200억원에 달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동과 학생들을 위한 병원 등 14개의 건물이 요즘 들어섰거나 공사중이다. 서 총장은 "융합연구를 시작해야 하는데 건물이 없어 연구가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었다"며 "기부금 덕에 일련의 사업을 별 문제없이 진행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 총장이 석좌교수로 재직한 MIT공대는 기부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기부에 인색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서 총장은 "한국사람들은 기부를 잘 안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지인과 개인적 인맥을 통해 기부를 받기 시작했다"며 "기부금이 모이기 시작하자 국내에서도 자연스럽게 기부가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특히 카이스트에 기부한 사람들이 대부분 젊었을 때 고생해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독지가들의 기부금은 그들의 노력과 땀이 절절이 배어있어 정말로 귀한 돈"이라며 "과학발전을 위한 기부금은 학생과 학교를 위해 쓰이므로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KAIST 학생들의 수준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면서 "미국의 웬만한 주립대 보다 훨씬 더 우수할 뿐 아니라 꾸준히 노력을 이어가면 세계 1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과학기술은 재미있다"
 
서 총장은 그 흔한 골프도 즐기지 않는다. 여가시간도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주로 일하는 데 쓰고 있다. 잠도 많이 자지 않는 편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서 총장의 답이다. 과학자로서 매일 새로운 성과에 도전하는 작업도 재미있고, 카이스트 총장으로서 업무가 마음에 들고 재미있다고 한다.
 
서 총장은 "과학기술이라고 해서 실험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며 "큰 회사에 취직해 안정성을 노리는 사람 보다 창의적인 사업으로 다른 이들에게 직업을 주겠다는 생각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대해서도 서 총장은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 갔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이라고 하면 밥먹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과학기술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 총장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과학기술을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융합과 소통이 해답
 
서 총장은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뜨고 있는' 융합연구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 듯 했다. 그는 과학분야간 소통과 융합이 사실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 원인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를 들려주기도 했다. 서 총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점차 세분화 되는 바람에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도 서로의 논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박사나 교수라고 하면 그 분야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혼자 연구할 수 있다는 자격증일뿐이며, 박사를 무조건 받드는 문화가 결과적으로 학문간 소통을 막은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서 총장은 "남들이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학문간 소통과 융합이 가능한데 한국 과학자들은 그 부족함을 내보이는 데 인색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카이스트는 학문간 융합과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을까. 서 총장은 처음에는 서로의 학문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 하지만 현재는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며 "학문을 하려면 서로 얘기를 해야한다.

예를 들어 생물하는 사람과 기계학을 연구하는 학자간에는 서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는 학문간 소통 정책의 일환으로 폐쇄적 실험실 문화를 혁신했다. 서 총장은 "실험실에 자기 학생들만 들어오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카이스트는 실험실을 공동으로 쓰며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 총장은 이어 과학기술계를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하는 사람은 자기 시야의 한계가 인류의 한계, 자연의 한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 서 총장은 "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으로 세계를 평가하려고 하면 발전하기 힘들다"며 "특히 과학기술자는 늘 한계가 확장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기 지식의 한계를 인류의 한계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서 총장은 "과학기술은 해당 분야의 성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더욱 발전돼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학문은 넓게 볼 수 있어야하고 공부도 계속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서 총장은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에도 시종일관 꼿꼿한 태도로 KAIST가 한국 과학기술의 산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일관되게 피력했다.
 

정리 = 김철현 기자kch@asiae.co.kr 사진=이기범 기자 metro83@ 기사입력2009.10.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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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선택후 기부 ‘행복주식거래소’ 개장

기부금 사용내역 확인도 가능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도움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회복지기관, 단체의 사업을 기부자가 선택해 기부할 수 있는 `행복주식거래소'를 개장,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행복주식거래소는 기부자가 상장된 사연과 사업을 선택해 기부하고 행복투자 결과를 온라인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새로운 나눔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공동모금회 홈페이지를 통해 사례를 접수하고 1개월간 `행복나눔위원회'의 조사와 심사를 거쳐 배분액이 결정되고 상장이 이뤄진다.

다만 도움 신청은 공동모금회 온라인 법원회원만 가능하고 개인은 사회복지기관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행복주식 1주는 5천원이며 기부자들은 이들 사례 중 선택해 온라인을 통해 기부할 수 있다.

배분액이 모두 모금되면 주식 거래는 종료되며,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송진원 기자 san@yna.co.kr (서울=연합뉴스)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박물관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부산박물관도 이젠 마케팅 필요"
美 박물관 컨설팅 전문가 앤 C 하스켈씨 특강


미국의 박물관 컨설팅 전문가인 앤 C 하스켈(56)씨의 말이다. 그는 주한미대사관이 주관한 미 국무부 문화사절프로그램의 하나로 26~30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박물관 강당에서 박물관 운영과 관련한 특강을 열었다. 부산근대역사관에 대해선 구체적인 컨설팅도 진행했다.

'앤 C 하스켈 컨설팅'의 대표인 그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필드박물관, 댈러스 자연과학박물관 등에서 20년 넘게 기부금 모금과 후원 프로그램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했다.

첫마디가 뜻밖이다. "제게 박물관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100% 정부지원금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죠."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건 그도 안다. "정부 예산에서도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이고, 여전히 박물관은 뒷순위로 밀려 있어요."

그래서 그는 민간업체와 동반자 관계를 탐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례를 들었다. "시카고의 박물관에서 일할 때 나폴리박물관의 폼페이 유적·유물을 대여해 전시한 적이 있었어요. 은행이 후원사로 나섰는데 ATM기 영수증까지 전시 홍보로 활용했어요. 영수증을 들고 오면 1달러 할인 혜택을 부여했어요. 박물관에선 은행 직원과 고객을 위한 파티와 행사도 따로 열었죠." 기부로 운영되는 미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선 이젠 흔한 사례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기부를 한다는 이유로 후원업체가 박물관에 불합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 "미국에선 더 이상 그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진 않아요. 박물관 전시는 학예사들의 고유 영역이고 얼마를 기부하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부산의 박물관에 대한 느낌을 들려달라고 했다. "인상비평이긴 하지만 통상 박물관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면 부산근대역사관은 어떤 특정한 관점을 전달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헌 기자 ttong@
"박물관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미국의 박물관 컨설팅 전문가인 앤 C 하스켈(56)씨의 말이다. 그는 주한미대사관이 주관한 미 국무부 문화사절프로그램의 하나로 26~30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박물관 강당에서 박물관 운영과 관련한 특강을 열었다. 부산근대역사관에 대해선 구체적인 컨설팅도 진행했다.

'앤 C 하스켈 컨설팅'의 대표인 그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필드박물관, 댈러스 자연과학박물관 등에서 20년 넘게 기부금 모금과 후원 프로그램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했다.

첫마디가 뜻밖이다. "제게 박물관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100% 정부지원금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죠."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건 그도 안다. "정부 예산에서도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이고, 여전히 박물관은 뒷순위로 밀려 있어요."

그래서 그는 민간업체와 동반자 관계를 탐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례를 들었다. "시카고의 박물관에서 일할 때 나폴리박물관의 폼페이 유적·유물을 대여해 전시한 적이 있었어요. 은행이 후원사로 나섰는데 ATM기 영수증까지 전시 홍보로 활용했어요. 영수증을 들고 오면 1달러 할인 혜택을 부여했어요. 박물관에선 은행 직원과 고객을 위한 파티와 행사도 따로 열었죠." 기부로 운영되는 미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선 이젠 흔한 사례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기부를 한다는 이유로 후원업체가 박물관에 불합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 "미국에선 더 이상 그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진 않아요. 박물관 전시는 학예사들의 고유 영역이고 얼마를 기부하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부산의 박물관에 대한 느낌을 들려달라고 했다. "인상비평이긴 하지만 통상 박물관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면 부산근대역사관은 어떤 특정한 관점을 전달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처 : 부산일보 이상헌 기자 ttong@

한국에도 '빛나는 기부문화'가 있었다

록펠러가 얼마나 선행(善行)을 하든 그 부를 쌓기 위해 저지른 악행(惡行)을 갚을 수 없을 것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1870년대 후반 미국 석유시장의 95%를 독점하면서 미국 경제를 주물렀던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를 평가한 말이다. 온갖 편법으로 석유사업의 동맥인 철도를 장악하고, 뇌물과 리베이트로 경쟁자를 물리치며 노동운동을 철저하게 탄압했던 록펠러.

하지만 말년의 그는 “신(神)에게서 돈을 버는 재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며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록펠러가 ‘우리 시대에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에서 ‘위대한 기부자’로 재탄생할 무렵,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도 ‘기부왕’으로 거듭났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평소 소신대로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했고, 은퇴 후에는 자선사업에 헌신했다.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기부한 사례는 그 뒤에도 있었다. 2006년 6월 재산의 85%(310억 달러)를 기부한 워런 버핏이나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이 부인과 함께 세운 ‘빌 앤 게이츠 재단’에서 자선사업을 펼치기로 한 빌 게이츠가 대표적이다. 또 고든 무어, 조지 소로스, 엘리 브로드, 월튼 가문, 알프레드 만, 허버트 샌들러, 테드 터너, 마이클 델 등도 2006년 기준 1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위대한 기부’가 있었을까?

1770년대 후반 가난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임상옥은 조선의 인삼독점권을 따내며 당대의 거부(巨富)로 올라섰다. 그는 홍경래의 난(1811년) 때는 방수장으로 의주성을 지키는 데 공을 세웠고, 자신의 재산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한 공로를 인정 받아 곽산군수를 거쳐 구성부사로 임명됐다.

반상(班常)의 구분이 확실하던 시대에 상인의 신분으로 관직에 올랐다는 것은 그가 빈민구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재산을 내놓았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임상옥은 59세가 되던 1837년에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이후 77세로 죽을 때까지 빈민구제와 시(詩)로 여생을 보냈다. 록펠러와 카네기가 기부와 자선에 나선 것보다 50~60년 빠른 일이다.

임상옥보다 더 앞선 시기에는 제주의 빈민을 구제한 김만덕이 있고, 일제시대에는 평양의 여성 기부왕 백선행이 있었다. 원칙과 사회를 위해 살다간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도 ‘당대의 존경받는 부자’였다.

메릴린치자산운용과 컨설팅회사 캡제미나가 매년 공동으로 발표하는 ‘세계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순수 금융자산(부동산과 자동차 등의 자산을 제외한 것)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소유한 부자가 작년 우리나라에 12만4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부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8%로 개인 기부가 83.6%에 달하는 미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다. 또 이름난 부자가 아닌 김밥 할머니나 식당 할머니들이 ‘돈이 없어 못 배우는 설움이 없게 해주소’라며 봉투를 내려놓고 황급히 돌아서는 것도 우리 나라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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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31 14:27

"개인이 지갑 열어야 기부 문화 정착"

개인 기부가 중요한 이유는 '지속성' 때문이다. 기업 기부는 재난·재해나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기부는 연중 정기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들어와 전체 모금액을 늘리는 효과가 크다. 매달 기부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할 수 있어 봉사단체들이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듯 개인 기부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여전히 기업 기부 중심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작년 한해 2702억원을 모금했다. 이중 기업 기부는 1766억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65.3%를 차지했다. 개인 기부(공공기관·종교단체 기부 포함)는 937억원으로 이중 평범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개개인이 참여하는 '일반 개인' 기부는 484억원(17.9%)이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누적 모금액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모금한 총액은 1조5496원으로 이중 기업 기부는 1조60억원(63.7%)이었다.

개인 기부는 5739억원으로, 일반 개인 기부는 2880억원(18.5%)이다. 기업 기부가 1999년 51억원에서 2008년 1766억원으로 34배 이상 증가한 반면 일반 개인 기부는 79억원에서 484억원으로 6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외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미국의 기부연감인 'Giving USA'에 따르면 2007년 미국의 개인 기부액은 2292억달러로 전체 기부금의 75%를 차지했다. 2003년 세계공동모금회 모금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금 비율(39%)은 홍콩(90%), 싱가포르(81%), 일본(70%), 대만(59%) 등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낮았다. 15세 이상 전체 국민의 개인 기부 참여율도 한국(32%)은 미국(67%), 캐나다(84%), 영국(56%)에 훨씬 못 미쳤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흥윤(51) 모금사업본부장은 "ARS방송모금, 사랑의 계좌, 사이버 모금 등 개인 기부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기업 기부의 참여가 더 활발한 상황"이라고 했다. 연세대 강철희(46)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인 기부의 표준 모델은 '동정심 때문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비정기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내는 것'이었다"며 "체계적인 기부문화 정립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개인 기부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 입력 : 2009.11.03 23:27

기부는 괜찮은 사업, 나눠줄 때마다 더 많이 돌려 받아

가톨릭대에 100만 달러 쾌척한 재미 기업인 이덕선·덕형 형제

기사입력: 11.05.09 19:02

지난달 29일 가톨릭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이덕선(왼쪽)·덕형 형제는 “부모님께 나눔을 배웠다”며 미소 지었다. 최정동 기자
마을에 축구장과 성당을 짓고 ‘문맹 퇴치’에 앞장섰던 아버지, 피란민 1000여 명에게 ‘강냉이죽’을 쑤어주던 어머니. 부모는 자식에게 ‘나눔의 DNA’를 줬고, 그걸 받은 형제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번 돈을 조국의 대학에 기부했다. 재미교포 사업가 이덕선(70·얼라이드테크놀로지그룹 회장)·덕형(50·글로텍 회장) 형제.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 가톨릭대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냈다.

형제의 부친 이원길(2001년 작고)씨는 한국전쟁이 발생하기 전 고향 황해도 연백의 농촌을 ‘문맹 없는 마을’로 만들었다. 대학생을 초빙해 주민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게 한 것이다. 남으로 피란한 뒤에는 구호물자인 옥수수 가루와 우유를 얻어 피란민들에게 점심 때마다 강냉이죽을 1000그릇씩 나눠줬다. 부친과 함께 평생을 헌신한 어머니 황화순(90) 여사는 지문도 다 지워졌다고 한다. 형제는 가톨릭대 강연에서 “늘 이웃과 나누면서 행복해하셨던 부모님의 뜻을 이어 받아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대는 지난달 29일 이덕선·덕형 형제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형제의 부친을 기려 ‘버나드 원길 리 콘퍼런스룸’을 헌정했다. 왼쪽부터 이덕형 회장의 아내 전경란 여사, 한훈·이덕선 회장 부부, 이덕형 회장,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 조규만 주교, 이덕선·덕형 회장의 형제인 이덕효 워싱턴 에피파니 성당 주임신부. 콘퍼런스룸 앞 부조는 미술을 전공한 이덕형 회장이 그린 부친의 초상이다.


가톨릭대는 지난달 29일 이덕선·덕형 형제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형제의 부친을 기려 ‘버나드 원길 리 콘퍼런스룸’을 헌정했다. 왼쪽부터 이덕형 회장의 아내 전경란 여사, 한훈·이덕선 회장 부부, 이덕형 회장,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 조규만 주교, 이덕선·덕형 회장의 형제인 이덕효 워싱턴 에피파니 성당 주임신부. 콘퍼런스룸 앞 부조는 미술을 전공한 이덕형 회장이 그린 부친의 초상이다.
형제를 이날 오전 숙소인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났다.
“1966년에 미국으로 떠날 땐 평생 가족들도 못 만나고 된장찌개나 김치도 못 먹을 줄 알았는데….”

5남1녀 중 맏이인 이덕선 회장의 말에 당시 여섯 살이었던 막내 덕형씨가 “형이 떠날 때 초상집 같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스물여섯 살 때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떠났다. 돈이 없어 구호물자를 내리고 돌아가는 화물선을 얻어 탔다. 워싱턴에 도착한 이 회장이 잠시 의탁했던 친척집의 아주머니가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마침 수퍼컴퓨터를 만드는 회사 ‘컨트롤 데이터’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양성 과정을 열었다. 이 회장은 20명의 학생 중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5개월 뒤 이 회장을 포함해 9명만이 졸업했다. 졸업하자마자 컨트롤 데이터에 프로그래머로 취직했다.

신혼생활 6개월째였던 이 회장은 아내에게 “밤에도 주말에도 회사에 가서 일할 테니 나를 찾지 말라”고 했다. “학력이나 경력이 빼어나지도 않고 남다른 재주도 없으니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었죠. ‘이 친구에겐 뭐든지 가져가면 문제가 해결되더라’는 좋은 평판이 생기더군요. 이것이 평생의 자산이 됐습니다.”

2년을 그렇게 일했더니 다른 회사(웨스탯)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그곳으로 옮긴 뒤에도 ‘밤낮 없이, 주말 없이’ 일을 했다. 입사 7년 만인 76년 부사장이 됐다. 이 회장은 89년 독립했다. 웨스탯 회장인 조셉 헌트가 그를 적극 도왔다. 일을 열심히 한 데 대한 보상으로 회사 직원 6명을 보내주고, 웨스탯 안에 사무실도 만들어 줬다. 사업 초창기엔 월급까지 내줬다. 이 회장은 “성실히 일해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면 뜻하지 않는 도움을 받게 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세운 ATG는 현재 직원 600명, 매출 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IT네트워크 시스템 업체로 미국 국무부·국방부와 육·해군 등 정부 기관이 고객이다.
이 회장은 웨스탯 부사장이 된 뒤 처음 고국 땅을 밟았다. 여섯 살 막내가 중학교 1학년으로 훌쩍 커 있었다. 이덕형 회장은 그때를 떠올렸다. “형이 제 얼굴을 못 알아 보더라고요. 저는 형 목소리를 잊어버렸고….”

이 회장은 부모님부터 차례로 미국에 초청했다. 지금은 6남매가 모두 미국에 살고 있다. 처남 이수동(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한 필립 리의 부친) STG 회장, 이덕형 회장은 이덕선 회장의 도움을 받아 IT사업을 시작했고 모두 성공했다.
“건축 사업을 하다가 대금을 못 받아 95년 10월에 도산을 했습니다. 형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했지요.”

스무 살 터울의 아들 같은 막내 동생.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사업 자금도 쥐여줄 법한데 맏형은 ‘정공법’을 택했다. “돈을 줄 게 아니라 돈 버는 법을 알려줘야지요.”

그는 지사로 동생을 보냈다. 창고관리 부서를 비롯해 모든 곳을 2주씩 돌게 했다. 5개월쯤 걸렸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당시엔 매우 귀했던 전산망 자격증 보유자들이 큰소리치고 있다는 걸 동생이 알게 됐다. 형에게 말했다. “자격증 가진 사람을 좀 더 뽑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형이 답했다. “네가 한번 따 보는 게 어떠냐.”

동생은 9개월 동안 공부에 매달렸다. MCSC, 노벨 CNA 등의 자격증을 땄다. “보통 2년은 걸리는데… 동생이 참 열심히 했습니다.”

그 자격증으로 이덕형 회장은 97년 2월부터 12년 동안 미국 국무부에서 일했다. ‘1인 기업’으로 회사를 등록해 놓고 사업도 계속 불려나갔다. 현재 이덕형 회장의 글로텍은 직원 300명, 매출 3000만 달러 규모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의 시스템도 전담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에는 미국의 소수민족 우대 정책도 한몫했다. 미국 중소기업청(SBA)은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정부 프로젝트 입찰 특혜를 주는 8(a)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9년 동안 수익 2300만 달러를 넘기면 ‘졸업’이다. 졸업률은 불과 6%. 이덕선·덕형 회장과 처남 이수동 회장은 모두 졸업에 성공했다.

이덕형 회장은 “형에게 돈 버는 법을 배웠지만 수십년 동안 형이 베풀고 사는 것을 보면서 돈 쓰는 법을 배운 것이 더 소중하다 ”고 했다. 이덕선 회장은 모교인 한국외대에 지금까지 13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이민 가느라 학업을 마치지도 못했지만 조국의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회사 직원들이 대학에 진학해도 학비 전액을 댔다. 대학을 중퇴한 직원의 등을 억지로 떠밀어 학업을 마치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동생도 이런 형을 그대로 따라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형제는 워싱턴 인근에 노인요양시설을 겸한 수녀원도 짓고 있다. 대지 4만3000㎡, 건평 3300㎡ 규모로 연말 완공 예정이다. 현재까지 땅값을 뺀 공사비만 18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형제는 “앞으로도 고향인 한국을 계속 돕고 싶다”고 했다. “자기 행복을 나눠주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구희령 기자



출처 : 중앙일보- 중앙방송 뉴스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기증받은 책으로 운영하는 제주 이색도서관

시민들에게서 책을 기증받아 운영하는 특별한 도서관이 제주에 문을 연다.

서울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 올해 초 고향 제주에 내려온 박진창아(40.여)씨가 제주시 이도2동 1017번지 2층에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의 줄임말인 '달리 도서관'(cafe.daum.net/dallibook)'을 만들어 30일 개관한다.

달리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들이 소장하다가 기증한 책으로 도서관의 책장을 채워 다른 시민들이 빌려 볼 수 있는 '책 나눔' 형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거나 책도장을 찍고 도서 목록을 만들어 달리 도서관으로 보내면 자신의 이름을 단 책장이 만들어지는데 책 종류에는 상관이 없고, 함께 나누고 싶은 책 20권 이상이면 된다.

도서관에는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단돈 1만원으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여성 전용 게스트룸도 마련됐다.

도서관 한쪽에서는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여자'가 흘러 나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생활과 책, 문화가 만나는 도서관'을 지향하는 달리 도서관은 다음달 3일 '박미라의 마인드 힐링 강좌'를 시작으로 여행,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생활 속 문화예술 감수성을 찾아가는 열린 학교 '한라산학교'(cafe.daum.net/hallasan-school)를 연 박진창아씨는 "달리도서관은 책이 사람들을 이어주고 책 속에서 그 사람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도서관"이라며 "언제든지 책을 되가져가거나 바꿀 수 있으니 달리도서관에서 자신의 흔적을 되찾는 기쁨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sunny10@yna.co.kr
기사입력 2009-10-29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