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개인이 지갑 열어야 기부 문화 정착"

개인 기부가 중요한 이유는 '지속성' 때문이다. 기업 기부는 재난·재해나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기부는 연중 정기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들어와 전체 모금액을 늘리는 효과가 크다. 매달 기부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할 수 있어 봉사단체들이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듯 개인 기부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여전히 기업 기부 중심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작년 한해 2702억원을 모금했다. 이중 기업 기부는 1766억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65.3%를 차지했다. 개인 기부(공공기관·종교단체 기부 포함)는 937억원으로 이중 평범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개개인이 참여하는 '일반 개인' 기부는 484억원(17.9%)이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누적 모금액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모금한 총액은 1조5496원으로 이중 기업 기부는 1조60억원(63.7%)이었다.

개인 기부는 5739억원으로, 일반 개인 기부는 2880억원(18.5%)이다. 기업 기부가 1999년 51억원에서 2008년 1766억원으로 34배 이상 증가한 반면 일반 개인 기부는 79억원에서 484억원으로 6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외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미국의 기부연감인 'Giving USA'에 따르면 2007년 미국의 개인 기부액은 2292억달러로 전체 기부금의 75%를 차지했다. 2003년 세계공동모금회 모금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금 비율(39%)은 홍콩(90%), 싱가포르(81%), 일본(70%), 대만(59%) 등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낮았다. 15세 이상 전체 국민의 개인 기부 참여율도 한국(32%)은 미국(67%), 캐나다(84%), 영국(56%)에 훨씬 못 미쳤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흥윤(51) 모금사업본부장은 "ARS방송모금, 사랑의 계좌, 사이버 모금 등 개인 기부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기업 기부의 참여가 더 활발한 상황"이라고 했다. 연세대 강철희(46)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인 기부의 표준 모델은 '동정심 때문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비정기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내는 것'이었다"며 "체계적인 기부문화 정립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개인 기부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 입력 : 2009.11.0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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